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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적 불안감→위기심화 “악순환”/심리적 공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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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적 불안감→위기심화 “악순환”/심리적 공황

입력
1997.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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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실한 기업까지 휘청 부작용/“동요안해야 서로가 산다” 지적기업의 연쇄도산, 외환·주식시장의 마비, 금융대란 등 경제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면서 국민들 사이에 불안감이 팽배, 「심리적 공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금융시장의 혼란에서 비롯된 신용위기가 「현금외는 아무것도 믿을 수 없다」는 식의 불안감을 확산시키는 주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이같은 불안심리를 방치할 경우 심리적 공황을 초래, 거꾸로 신용위기와 경제혼란을 심화하는 「악순환」이 우려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 예정대로 지급되는 등 연말을 고비로 경제전반이 어느정도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국민들이 심리적 동요를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집단적 불안감이 도리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고려증권에 이어 동서증권이 영업정지된 지난 12일이후 각 증권사마다 일단 돈을 인출하려는 고객들이 쇄도, 건실한 회사까지도 위기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모증권사를 통해 주식투자를 했던 김모(30)씨는 13일 증권사직원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 예탁금을 전액 인출했다. 김씨는 『혹시 증권사가 부도날지 모른다는 두려움때문에 서둘러 돈을 빼냈다』고 말했다.

아파트나 오피스텔 분양계약자들도 줄줄이 분양계약을 해약, 건설업체를 자금난으로 몰아가고 있다. IMF구제금융이후 경기 용인시 수지읍 일대의 아파트 분양계약자 1만1천여명중 10%가량이 이미 계약을 해약하거나 조합원 탈퇴신청을 냈다. 지난 9월 33평형 조합아파트를 계약했던 박모(40·여)씨는 『시공업체가 언제 부도날지 몰라 계약금 일부를 떼이는 손해를 무릅쓰고 조합에서 탈퇴했다』고 말했다. 수도권 신도시에서 대형오피스텔을 성공적으로 분양했던 모 건설사도 최근 해약사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건설관계자는 『충분히 버틸만한 형편인데도 집단해약으로 회사가 흔들리고 있다』며 『아예 회사를 믿지않는 것이 문제』라고 안타까워 했다.

또 예금자들이 이제는 우량은행도 믿지못해 돈을 빼내는가 하면 한때 웬만한 유가증권보다 대접받던 상품권은 거의 휴지조각 취급을 당하고 있다. 상품권 소지자들이 갖고있던 상품권을 앞다투어 물품으로 바꾸거나 액면가의 절반만을 받고서라도 현금화하고 있다. 서울 중구 명동의 상품권 할인업자는 『구두상품권을 현금화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을 20∼30%에서 40∼50%까지 낮추기도 했으나 부도후에는 할인요구에 아예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환율이 급등하면서 온갖 변칙수법까지 동원, 달러매입에 나서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H여행사직원은 『「급히 해외출장을 가야한다」고 비행기표를 산 뒤 1∼2일만에 이를 취소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실수요자 증명으로 항공권을 사, 달러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진동·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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