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하순 구제금융이행조건 협의를 위해 내한했던 국제통화기금(IMF)실무조사단이 한국정부가 당장 취해야 할 사항으로 「금융개혁을 통한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지적한바 있다. 이들의 눈에 비친 한국금융시스템의 모습은 한마디로 지원을 수용할 태세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았던 것 같다. 귀담아 들어야 할 충고임에도 대선이란 「대사」 때문인지 우리는 아직 이렇다할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사실 금융개혁은 IMF의 요구가 아니라도 자발적으로 단행하지 않으면 안될 사활적 조치다. 그럼에도 정부나 정치권은 밥그릇싸움과 당리당략 때문에 이를 게을리했다. 한보에서 기아에 이르기까지, 우리경제의 취약성이 노출됐음에도 정부의 대처능력 상실은 결국 줄이은 대기업부도사태를 불러왔다. 또 이 과정에서 발생한 거대한 부실채권은 금융산업 전반을 무너져 내리게 했다. IMF구제금융의 1차분이 들어와도 외환부족사태는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돈이 돌지 않아 금리는 천정부지의 상태로 치솟고 있다. 대출이 막힌 기업들은 도산을 피할 수 없는 처지다. 가뜩이나 IMF를 비롯한 국제금융기관은 우리정부의 개혁조치 미흡을 이유로 추가지원이나 새로운 지원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대처능력 부족 탓에, 또 정치권은 온통 대통령선거판에 정신이 팔려 일손을 놓고 있다. 한시가 급한 금융개혁법안을 국회는 예산안만 달랑 처리한채 내년으로 넘겼다. 자신들이 처리해야 할 긴급한 사안에 대한 인식 부족 탓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대선때문에 방치하는 것인지 답답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대선후보들과 정치권은 일을 그르친 뒤에 닥칠 엄청난 부담을 한번쯤 곱씹어 볼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더 늦기전에 서둘러야 한다.
국회를 가급적 빨리 열어 금융개혁법안들을 처리해야 한다. 지금은 서로가 밥그릇싸움 할 때도, 당리당략을 놓고 다툴 그런 한가한 시점이 결코 아니다. 국가부도라는 시한폭탄이 시시각각 우리를 향해 죄어오고 있는 각박한 시점이다. 정치권은 지체없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보도에 따르면 한나라당과 국민회의, 자민련 등 3당은 오는 20일까지 합의안을 마련, 22일 소집하는 임시국회에서 이를 모두 연내처리키로 이미 대체적인 합의를 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에도 복병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대선결과를 놓고 정당간에 후유증이 발생할 경우다. 국회소집 자체가 상당기간동안 불투명해 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최악의 사태는 피해야 한다. 당리당략 때문에 국가파산사태가 앞당겨 질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때문에 우리는 이들 금융개혁법안들의 처리를 가급적 앞당겨야 한다고 본다. 밤을 새워서라도 대선 전까지 합일에 도달해야 한다. 그리고 이 합의안은 대선직후 어떤 중단이나, 제척사유 없이 3당합의로 꼭 처리돼야 한다는 점을 명백히 해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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