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 불안감에 여전히 관망세/경제회생 믿음주는 것이 우선과제『한국증시와 채권시장의 외형적인 조건은 환상적입니다. 하지만 쪽박이 깨지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외국인들의 국내투자를 대행하는 외국계증권사 국내지점 관계자의 귀띔이다. 증시와 채권시장을 「혁명적인 수준」까지 개방한 이후에도 외국인들의 투자심리는 『매력은 있지만 위험하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세계 최고수준까지 치솟은 금리, 바닥으로 떨어진 주가, 미달러 대비 원화환율이 내림세로 돌아설 경우의 「역 환차익」(외국인들은 국내에서 미달러를 원화로 바꿔 투자) 등의 긍정적인 요인들이 외국인들의 구미를 당기게하고 있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국가부도에 대한 불안감은 그들을 망설이게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투자가 50%까지 확대되고(11일), 외국인 매입이 금지됐던 보증회사채도 종목별로 30%까지 살 수 있도록 허용(12일)된 이후에도 외국인들은 관망세가 뚜렷하다.
주식시장 개방 확대 첫날, 외국인들은 3,251억원 어치의 주식을 순수하게 사들이고(순매수), 다음날에도 57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그러나 13일에는 44억원어치를 순매도, 새로 들어온 외국자금은 당초 예상치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
채권시장은 이보다 더 실망적이다. 채권시장 개방 확대 첫날, 12억2,000만원 어치를 사들인데 이어 13일 매입액은 10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증시는 물론 채권부문에서도 국내 우량증권사와 외국계증권사 지점을 통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 어치를 사겠다는 주문이 잇따르고 이중 일부는 계약체결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금융시장이 요동을 멈추고 환율과 금리가 안정될 경우, 외국인들의 신규투자는 투자수익과 환차익도 대규모로 챙길 수 있게 된다.
대우증권 국제영업팀 관계자는 『증시와 채권시장의 표면적인 투자여건이 최고수준에 달해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한국경제 회생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면 투기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면서 『일단은 자존심을 꺽고 국제사회의 요구에 순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증시와 채권시장 개방확대로 외국인들이 새로 투자할 수 있는 자금한도는 최대 41조원(240억달러). 이를 끌어들이기 위한 정부와 금융기관, 기업들의 대응이 주목된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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