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재협상론 더 없어야(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재협상론 더 없어야(사설)

입력
1997.12.14 00:00
0 0

미국 유럽 일본, 그리고 해외의 유력한 언론들은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합의에도 불구, 한국의 경제위기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가 더욱 악화된 것은 해외로부터 자금지원이 막힌 때문이며 이는 한국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철저한 불신 때문이다. 이때 김영삼 대통령이 이회창 김대중 이인제 후보와 함께 IMF합의의 준수를 다짐하는 공동발표문을 낸 것은 국제적 신인도를 회복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여진다.한국정부에 대한 불신은 외환보유고 등 정확한 경제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것과 IMF합의후 취한 일련의 금융·산업지원 정책에서 기인한다. 즉 부실한 은행과 기업은 시장경제원칙에 입각, 폐쇄·해체해야 함에도 정부가 부실한 은행·종금사를 지원하고 통화증발을 감수하면서 금융권에 자금을 방출하는 등 여전한 끌어안기 정책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뇌취 등 일시적 혼란을 감수하더라도 1∼2개의 폐쇄방안을 검토했어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

두번째 의구심은 IMF합의에 대한 일부 대선후보의 재협상 주장이다. 그렇지 않아도 IMF는 합의타결 직전 후보들에게 「당선후 준수각서」를 받았었는데 성급한 재협상론을 경계, 자금지원을 중단했고 각국 정부 역시 지원을 유보하고 있는 것이다. 김대중 후보는 청와대 회동에서 「합의는 원칙적으로 지지하되 추가협상을 하자는 것」이라고 밝혔으나 너무도 민감한 사안인 만큼 재협상 인상을 주는 어떠한 주장도 신중을 기하는 것이 타당하다. 현재 IMF의 자금줄은 경제를 살리는 유일한 생명선으로서 합의이행을 인식시킬 때 다른 나라들도 지원에 나서게 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누구든 IMF합의를 선거전략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 의구심은 IMF합의를 「국가적인 치욕」으로 보는 자세다. 우리로서는 참기 어려운 조건이지만 「무조건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는 차원에서 인내심을 갖고 위기를 넘기는 슬기가 필요하다.

어쨌든 대통령과 후보들이 두번씩이나 IMF합의 이행을 확약한 것은 서글픈 일이지만 이것은 현재 국제사회에서 불신투성이인 한국의 위상임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지금은 통치권의 공백상태나 다름없다. 국민들은 김영삼 정부에 대해 신뢰도 기대도 저버린지 오래다. 은행과 기업들도 정부의 시책을 외면한 채 저만 살겠다고 달러와 원화 모으기에 여념이 없다. 결국 선거로 새 집권자가 결정되는 앞으로 5일동안 참고 견뎌내야 한다.

긴 얘기할 것 없이 위기의 진정과 국정의 정상화를 위해 대통령은 선거직후 당선자에게 실질적인 국정운영권을 넘겨야 한다. 당선자는 무엇보다 먼저 IMF합의의 확고한 준수를 거듭 선언한 후 경제위기수습에 팔을 걷고 나서야 한다. 물론 사전에 치밀한 회생방략을 마련한 후 국민·기업·금융권 등의 의견을 수렴, 대대적인 경제살리기 대장정에 나서야 한다. 물론 낙선자와 야당도 협력해야 한다. 새 대통령이 취임하는 98년 2월25일까지 기다리기에는 나라 형편이 너무나 위급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