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난국에 멀쩡한 것 왜 바꾸나”/지자체선 “굴곡심해 안전조치”「지금 전국은 보도블록 교체중」
내년도 예산을 긴축편성하지 않아 비난을 사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연말을 맞아 올 예산 쓰기에 바쁜 파행행정의 대표적인 현장이다. 국가부도 위기상황을 앞장서 극복해 나가야 할 자치단체들이 기왕에 확보된 예산이니 쓰고보자는 구태를 여전히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서울 등 전국의 도시 곳곳에서 교체되고 있는 보도블록의 대부분이 멀쩡한 것들이다. 불용예산에 따른 내년 예산 삭감을 피하기 위해 올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같은 불용예산 쏟아붓기는 소규모 공사의 무더기 착공, 교양강좌 설치 등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단체장들은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너나 없이 자행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는 낙원동 낙원상가 옆 길이 1백m, 폭 5m의 인도에 깔려있는 사각 보도블록을 걷어내고 소형고압블록으로 교체하고 있다. 종로구청은 인도 굴곡이 심해 주민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밝히고 있으나 주민들은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 안전사고 우려도 없는 멀쩡한 것을 바꾸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종로구는 지난달에도 종각역에서 종로3가역에 이르는 9백여m의 인도를 파헤치고 보도블록을 교체했다.
서초구도 서초전철역에서 강남성모병원에 이르는 4백m 인도에 깔려있던 보도블록을 1억2천만원을 들여 소형고압블록으로 모두 교체했다. 서초구는 행인이 극히 적은 방배4동 남부순환도로의 보도블록도 투수콘으로 바꾸고 있다.
경기 고양시 일산구도 백석동―대화동 9.4㎞의 보도블록을 투수콘으로 전면 교체하고 있다. 일부 자치단체들은 무더기로 공사를 발주하면서 수의계약을 위해 분할 발주, 특혜의혹 등까지 사고 있다.
자치단체장들은 특히 최근 조례 제정을 통해 꽃꽂이, 단전호흡 등 교양강좌를 무더기로 설치하고 있다. 주민 입장에서는 적은 돈으로 취미생활을 향유할 수 있기는 하나 굳이 경제가 어려운 시점에서 개설을 서두르는 행태는 내년 5월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서 재선을 노린 선심행정이라는 지적이 높다. 이는 중앙선관위가 「선거기간 개시일전 30일부터 선거일까지 특별한 사유없이 선거구민을 대상으로 한 교양강좌 등 각종행사를 개최하는 것을 금지」 하고 있는 선거법 조항에 대해 최근 「조례에 근거한 지방자치단체 본연의 직무수행을 위한 행위는 선거운동기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유권해석하자 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조례를 제정하는데서 잘드러난다.
경실련 이대영 기획실장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까지 받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곳에 예산을 낭비하는 행위는 지금부터라도 중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이동훈 기자>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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