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한중 관계가 성사 최대걸림돌대만정부는 한국의 외환위기가 자국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를 우려해 1백억달러의 긴급 대한금융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주한 외교소식통들이 13일 밝혔다. 이들 소식통의 말에 따르면 한국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대만의 제의에 선뜻 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정부의 한 소식통은 『한국이 수용의사를 밝히면 즉각 지원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성사 여부는 한국측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대만의 금융지원이 조속히 성사될 경우 한국은 외환위기 타개를 위한 엄청난 원군을 얻게 된다. 한국이 연내 상환해야 할 외화부채가 1백50억달러인데 반해 가용 외환보유고는 1백억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만정부는 아직까지는 비공식 경로를 통해 지원문제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만이 한국 지원에 적극적인 이유는 자명하다. 우선, 한국 금융위기가 대만경제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한국은 대만의 주요 무역상대국으로 양국간 산업연관 관계가 깊다. 대만은 전자, 기계부품분야 등에서 한국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생산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위기지속이 대만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작용할 것은 명백하다.
양국이 주요 수출분야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것도 한 이유다. 한국 원화가 계속 평가절하될 경우 대만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져 수출감소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원화의 평가절하를 막음으로써 자국제품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계산이다.
대만은 아울러 8백30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고를 이용, 94년 단교이래 최악의 상태에 빠진 양국관계를 개선하고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는 포석도 갖고 있다. 대만은 앞서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태국과 인도네시아에 지원을 제의했다가 중국이 국제통화기금(IMF) 패키지에 참가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양국간 지원이 성사되려면 몇가지 걸림돌을 넘어야 한다. 외교소식통들은 단교에 따른 대만내 반·한감정 및 중국과의 외교관계에 민감한 한국정부의 태도가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한감정은 순수하게 경제적인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진다면 충분히 설득될 수 있는 문제라고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한중관계에 미칠 파장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중국은 이미 제3국과 대만의 외교관계에 대해 「정·경분리」원칙을 천명하고 있으며, 나아가 최근 한국에 대한 직접금융지원을 거부한 상태이기 때문에 한중간 마찰은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배연해 기자>배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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