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자금 끊기고 예탁금 인출 급증으로 무너져/증권가 “재벌계열사 아니면 못버틴다” 절망감고려증권 부도에 이어 업계 4위(약정고 기준)의 동서증권이 12일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최종부도처리됨에 따라 증권업계에 연쇄부도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동서증권은 이날 증권거래소 공시 등을 통해 『자금난 심화와 고객예탁금 인출사태로 인해 정상영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서울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면서 『앞으로 1개월간 영업을 중지키로 하고 이를 증권감독원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동서증권은 이날 하오까지 지난 11일 한일은행 동여의도지점에 돌아온 903억원의 어음 결제하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됐다.
고객예탁금이 3,143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증권사인 동서증권마저 좌초하자 『자금줄이 완전히 막혀 있는 지금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증권업체의 줄초상이 불가피하다』는 불안감이 증권가를 뒤덮고 있다.
◆콜자금 두절이 화근
동서증권은 지난 2년간 증시침체로 연속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오기는 했으나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이 220%로 비교적 양호한 재무구조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달들어 금융시스템이 붕괴되고 금융기관간 신용거래가 완전히 두절되면서 종금사로 부터 빌린 2,500억여원의 콜자금(전체 차입금의 40%) 상환요구가 빗발쳐 단기자금난이 극에 달했고, 결국은 콜결제자금 동원에 실패해 11일 사실상의 부도상황을 맞았다.
동서증권의 자금난이 알려지면서 최근들어 고객들의 예탁금 인출규모가 연일 300억원 안팎에 이른데다, 모기업인 극동건설이 11일 제3자매각을 선언하면서 자금줄이 완전히 막혀 재기불능의 상황에 처할 수 밖에 없었다.
회사채 지급보증을 섰다가 떼인 돈도 1,000억원을 넘어섰으며 주가폭락에 따른 보유 상품주식 평가손도 엄청나 자금난이 심화돼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증권가 연쇄부도의 서막
증권가는 동서증권의 법정관리신청이 증권업체 연쇄도산의 신호탄이라는 절망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재벌계열사가 아니면 결코 안전할 수 없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동서증권의 사실상의 도산이 증권사 자체의 부실에도 원인이 있지만, 금융·신용공황으로 콜자금 등 단기자금결제에 필요한 자금융통이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내 32개 증권사와 투신사의 단기차입금은 10조500억원(2일현재). 증권사들은 5일 고려증권 부도이후 긴급 결제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상품주식과 채권을 투매하고 있으나, 절대액 부족으로 하루하루를 넘기기에도 벅찬 실정이다.
정부는 증시안정기금이 보유하고 있는 증권회사출자주식을 담보로 1조6,000억원을 지원키로 했으나, 연쇄도산을 막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김동영 기자>김동영>
◎동서증권은 어떤 회사/극동건설그룹 계열사/업계 4위로 국내 ‘최고령’
동서증권은 국내 82개 지점망을 보유한 자본금 2,872억원, 총직원 1,468명, 업계순위 4위(약정규모기준)의 대형증권사로 극동건설그룹 계열사.
53년 보국증권으로 출발한 국내 「최고령」증권사로 국제그룹 산하에 있다가 그룹해체와 함께 86년 9월 극동건설그룹이 인수했다. 74년 4월 동서증권으로 상호를 변경했고 최근 주식시장 침체에 따른 경영난으로 95, 96사업연도에 2년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으며 올 상반기(97.4.1∼9.30)에도 437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에따라 8월 전 직원들의 올해 임금인상분을 회사에 자진반납했고 9월말에는 300여명의 직원을 명예퇴직 시키는 등 감량경영을 추진해왔으나 결국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좌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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