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년 브라질 벨로리존테 프로축구팀을 방문, 구단주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지난해 주리그 득점왕이 우리 팀에서 나왔는데 그를 팔아 구단 운영자금으로 활용했다』고 말했다.그때 우리나라는 프로야구, 프로축구 출범초기여서 프로개념이 희박했던 탓인지 「득점왕을 팔아 운영자금을 만들었다」는 말이 희한하게 들렸다.
그런데 더욱 재미있는 것은 그 선수가 어떻게 득점왕이 됐느냐는 것이다. 시즌전 구단주는 선수들에게 운영난을 토로했다. 영리한 선수들은 특정선수에게 모든 득점기회를 제공, 그를 득점왕으로 만들었다. 그는 스타가 됐고 거액으로 트레이드됐으며 그 돈은 나머지 선수들의 월급으로 지급됐다.
선동렬을 일본에 넘긴 해태는 올해 조계현을 4억원을 받고 삼성으로 트레이드한데 이어 간판스타 이종범마저 일본에 팔았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쌍방울도 9억원을 받고 주전포수 박경완을 현대로 넘겼다. 월드컵 축구대표인 고정운 홍명보에 이어 하석주 김도훈도 일본프로축구 J리그에 진출한다.
거물급 선수들의 해외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선수의 요구도 있었겠지만 국제통화기금(IMF)관리시대에 구단의 재정이 어려운 탓도 있다.
국내 프로야구·축구팀들은 근본적으로 연간 수십억원씩 적자를 보는 모순 덩어리였다. 프로의 기본인 수익은 전혀 안중에 없고 오직 우승만이 지고선이었다. 내팀에서는 쓸모없어도 다른팀에 갈 경우 해가 될 수 있다며 선수를 부지기수로 생매장했다. 프로축구에는 해괴한 규정이 있다. 언제든지 외국용병을 받아 들일 수 있어 우승이 걸린 시즌막판 2, 3게임을 위해 외국선수를 무차별로 빌려왔다. 시즌중에도 외국선수를 수시로 들여와 별로 써먹지도 못하고 돌려보냈다. 아까운 외화를 낭비했지만 그래도 우승만 한다면 괜찮았다.
IMF는 사회 전반에 걸쳐 고통과 인내를 요구하고 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잃은 느낌이다. 그러나 얻은 것도 있다. 트레이드로 수익을 내고 운영자금을 마련하는 프로의 기본생리를 가르쳐 준 것이다. IMF 덕에 거품이 사라진 진정한 프로시대가 열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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