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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흔한 퇴행성 신경계질환/파킨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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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흔한 퇴행성 신경계질환/파킨슨병

입력
1997.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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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55세이후에 발병 국내환자 15만∼20만명/중풍·노환으로 오진 잦고 초기 전형적 증상 없어 적절한 치료 못받는 경우 많아노령인구가 늘면서 노인성 치매와 함께 가장 흔한 뇌신경계 질환으로 파킨슨병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15만∼20만명의 파킨슨병 환자가 있다. 해마다 5,000∼1만명의 환자가 생기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실제 파킨슨병을 담당하는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5만명도 안될 것이다.

오랫동안 진단과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환자를 외래에서 자주 만나게 된다. 최근 언론 보도로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여전히 파킨슨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팽배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환자가족은 물론 일반인도 파킨슨병에 대해 정확하게 아는 것이 필요하다.

파킨슨병의 올바른 이해=많은 환자가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일반인들이 신경과라는 진료과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뇌신경을 전문으로 하는 신경과와 정신과(국내에서는 신경정신과로도 불림)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 중풍으로 오진돼 계속 한방치료를 받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필자는 침이나 한약으로 파킨슨병의 증상이 지속적으로 호전되는 환자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셋째, 파킨슨병도 노인성 치매와 같이 특별한 치료법이 없는 노환이라는 잘못된 판단 아래 전문의사의 진료를 받지 않는다.

넷째, 파킨슨병의 초기 증상은 어떤 전형이 없기 때문에 관절염, 오십견, 신경통, 우울증, 기타 뇌신경질환 등으로 쉽게 오진할 수 있다. 안타까운 점은 이런 이유들 때문에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 많은 환자가 육체적 고통은 물론 불필요한 경제적, 시간적 낭비를 한다는 사실이다.

증상=파킨슨병의 증상은 대부분 55세 이후에 시작되나, 5∼10%는 40세 이전에 발병한다. 초기 증상은 아주 애매하다. 전신피로감, 권태감, 팔다리의 통증이나 무거운 느낌 등이 나타나 파킨슨병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의사도 진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특징적인 증상은 두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일차적 증상은 안정시 떨림, 경직, 서동증(움직임이 느려짐), 균형유지장애, 보행장애 등이다. 이런 증상이 서서히 몇달 또는 2∼3년에 걸쳐, 처음에는 한쪽 팔이나 다리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진행 속도는 환자마다 다르지만, 약물치료를 시작하지 않으면 대개 7∼8년 내에 증상이 악화해 침대 생활을 하거나 휠체어에만 의지하게 된다. 증상이 진행되는 동안 균형 및 보행장애로 자주 넘어져 골절 등 외상을 입게 된다. 흡인성 폐렴이나 피부의 욕창도 생길 우려가 많다.

이차적 증상으로는 우울증, 수면장애, 치매 증상, 언어장애, 침흘림, 삼키기장애, 변비, 소변장애, 성기능장애, 이상감각과 통증 등을 들 수 있다.

진단=정확한 진단은 일·이차적 증상과 과거병력, 신경학적 진찰 소견 등에 의해 이뤄진다. 따라서 환자를 담당하는 신경과 전문의사의 능력과 경험이 아주 중요하다. 파킨슨병을 확인하는 검사방법이 아직 없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뇌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촬영(MRI), 핵의학영상촬영, 혈액화학검사, 유전인자검사 등은 파킨슨병과 유사한 다른 운동장애 질환을 감별하기 위해 사용된다.

따라서 특징적이고 전형적인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경우 고가의 검사가 필요없고 검진과 진찰만으로 진단이 가능하다. 한편 모호한 병력이나 증상을 가진 환자를 진단할 때는 몇가지 검사가 크게 도움된다. 특히 핵의학영상촬영은 조기진단과 경과 판정을 용이하게 한다. 뇌 CT는 파킨슨병 진단에 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정밀검사를 하려면 MRI가 바람직하다.

유사질환=파킨슨병과 유사하면서도 성격이 전혀 다른 운동장애 질환이 여러 가지 있다. 이런 질환은 초기 증상이 파킨슨병과 똑같거나 비슷해 감별진단이 무척 어렵다. 국내에 흔한 유사질환은 혈관성 파킨슨증, 양성 본태성 진전(수전증), 약물에 의한 파킨슨증 등이다.

혈관성 파킨슨증은 뇌졸중(중풍)의 일종으로 발병 초기에 밝혀지면 어느 정도 진행을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흡연율이 높고 고혈압 환자가 많아 혈관성 파킨슨증 발병률이 매우 높은 편이다. 본태성 진전은 예후가 양호하다. 파킨슨병과 달리 떨림 이외의 증상이 거의 없어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지장이 되지 않는다.

약물에 의한 파킨슨증은 정신병 치료제, 장운동촉진제, 항구토제 등의 약물이 원인이다. 일산화탄소(연탄가스)중독같은 독물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약물에 의한 파킨슨증은 수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하는 파킨슨병과는 달리, 약물 복용 후 비교적 빠른 시간내에 발병하므로 원인을 쉽게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파킨슨병은 고령화사회가 될 수 록 중요성을 더할 전망이다. 다행히 최근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돼 적절히 대응하면 오랫동안 큰 불편없이 지낼 수 있다. 파킨슨병을 효율적으로 치료하려면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파킨슨병이나 다른 운동장애 증상이 의심되면 경험있는 신경과 전문의의 진찰부터 받아야 한다.<이명종 객원편집위원·서울중앙병원 신경과 과장>

◎파킨슨병의 치료법/신경전달물질 고갈이 원인/약물·수술요법 치료후엔 대부분 일상생활 지장없어

파킨슨병은 주로 흑질이라는 뇌부위의 신경세포가 서서히 파괴되는 퇴행성 신경계질환이다. 흑질 부위의 신경세포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 원활한 운동기능을 수행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파킨슨병의 운동장애 증상은 결국 도파민이 고갈돼 일어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양방, 한방, 대체요법 등 현재까지 알려진 어떤 치료법으로도 일단 죽은 흑질의 뇌신경세포를 다시 살릴 수 는 없다. 현재 사용중인 치료법은 약물이나 수술을 통해 증상을 조절하는 정도이다. 병원을 처음 찾은 환자에게 이같이 설명하면 실망한다. 그러면 필자는 오히려 퇴행성 뇌질환 중에서 가장 좋은(?) 병에 걸려 다행이라고 말해 준다. 이는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현재 사용중인 치료법만으로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증상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법은 크게 약물과 수술로 나눈다. 약물은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하거나 그 기능을 보완하는 것들로, 레보도파제제, 도파민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도파민 효능제,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보완해주는 항콜린제제 등이 있다.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하거나 병의 진행을 어느 정도 늦출 수 있는 약물도 개발됐다.

그러나 모든 약물은 부작용과 장단점이 있으므로 약물의 종류, 용량, 용법 등은 환자의 나이나 사회적 활동성 등을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가령 손떨림이 주증상인 경우 그 자체가 운동기능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주로 집에서 생활하는 고령의 환자에게는 쓸데없이 많은 종류의 약물을 고용량으로 투여할 필요가 없다. 반면 활동량이 많은 직장인은 좀더 적극적인 약물투여가 필요하다.

약물은 뇌에서 부족해진 도파민을 보충해줘야 하기 때문에 계속 복용해야 한다. 또 병이 진행하면서 약효의 변동이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신경과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경과에 따라 약물의 종류, 용량, 용법 등이 바뀌게 된다.

수술요법은 도파민 부족으로 잘못 작동중인 신경회로에 가는 전극을 삽입, 열을 가함으로써 오작동을 차단하는 방법이다. 비교적 간단하고 치료효과도 분명하다. 그러나 수술에 따른 합병증이 올 수 있으므로 시행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강조할 것은 수술요법 역시 약물과 같은 증상조절요법이며, 대개 한쪽 뇌에만 시술하기 때문에 반대쪽 팔다리의 증상만 주로 호전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수술 후에도 증상조절을 위해 지속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병이 진행되는 것도 변함없다.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 약물 부작용으로 이상운동증이 심한 경우 등에는 수술로 증세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약물치료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많은 치료법이 연구되고 있으나 확실한 것은 현재 사용중인 치료법만으로도 대부분의 환자들이 증상을 효과적으로 조절,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많은 환자가 아직도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하거나 부적절한 치료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파킨슨병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임주혁 울산대 의대 교수·서울중앙병원 신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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