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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돈좀” SOS 아우성/금융공황 위기­피말리는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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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돈좀” SOS 아우성/금융공황 위기­피말리는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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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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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땀의 공든탑… 공멸만은 막아야 한다/신용부재에 “나부터 살고보자”/외환은 국가부도 벼랑끝으로한국경제는 대내적으론 신용공황, 대외적으론 국가부도에 직면해 있다.

매일 가격제한 폭까지 오르는 환율, 법이 허용한 상한선에 도달한 금리, 폭락하는 주가,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부도업체 등 지표상 나타나는 결과보다 시장이 느끼는 위기의 체감도는 훨씬 심각하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협상이 종결된 이달 3일이후 경제시스템은 신용공황 내지는 국가부도의 낭떠러지로 수직 추락하는 모습이다.

진원지는 역시 종합금융사였다. 지난 2일 9개 종금사 영업정지로 1조3천억원의 콜자금이 묶인 은행·우량종금사들이 부실종금사 자금지원을 전격 중단하면서 3일 8개 종금사와 1개 증권사(고려증권)가 1조8천억원의 어음결제에 실패, 실질적 부도상태에 빠졌다.

이튿날엔 2조원의 자금부족이 신규 발생했고 결제불능상태의 종금사는 10개로 늘어났다. 금융당국은 새벽까지 은행에 SOS를 타전했지만 은행들은 언제 쓰러질지 모를 종금사에 한푼도 줄 수 없다며 이를 거절, 결국 고려증권이 5일 부도를 내고 도산했다.

6일 종금사 자금부족규모는 4조원을 넘게됐다. 궁지에 몰린 종금사들은 한계기업을 상대로 무차별 여신회수에 착수했고 재계서열 12위의 한라그룹은 첫 희생양이 됐다. 국책은행의 지원에도 불구, 8일 8개 종금사에서 또다시 2조1천억원의 결제불능상태가 발생했고 9일엔 2조7천7백억원으로 늘어났다. 여신회수공세로 경남모직과 엘칸토가 이날 쓰러졌다. 이 사이 장단기 시장금리는 채권거래가 끊어진 가운데 일제히 법정상한선(연 25%)에 도달했다.

고객은 금융기관을 못믿어 예금을 뺐고 은행은 종금사를 믿지 못해 자금지원을 중단했으며 종금사는 기업을 불신해 여신을 회수했다. 거래의 믿음이 사라진 완전한 신용공황, 경제주체간 승자 없는 공멸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결국 정부는 10일 5개 종금사에 대한 추가영업정지조치를 단행하면서 금융기관 신용의 무제한 보장을 선언했다. 은행은 잔여종금사에 대한 콜자금지원을 재개했고 종금사들은 기업여신회수 2개월 중단을 선언했다. 예단할 수는 없지만 일단 「신용공황」은 막자는 공감대는 형성된 분위기다.

외환시장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주까지 달러당 1천1백∼1천2백원대에서 횡보하던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은 금주들어 나흘째 상한가, 이틀째 거래중단 사태를 빚고 있다. 기준환율로 8일 1천3백32원, 9일 1천4백23원, 10일 1천5백63원 등 매일 백원 단위 숫자를 하나씩 올려가던 원·달러환율은 11일 마침내 개장 4분만에 1천7백19원80전에 도달, 하루종일 거래가 중단됐다.

외환시장에서 달러 공급은 끊어진지 오래다. 기업들은 들어오는 수출대금(달러)은 모조리 금고에 비축하고 있다. 최종공급자인 외환당국은 IMF협상전 가용외환보유고가 33억달러에 불과, 더이상 내놓을 달러도 없는 실정이다. 시장에 조금이라도 팔자물량이 나온다 싶으면 매일 매일 달러결제자금 마련에 허덕이는 종금사와 부실은행들이 싹쓸이하고 있다. 외환시장은 없어졌고 당국의 달러 배급제가 시장거래를 대신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11일 한국의 신용등급을 두 단계 떨어뜨렸고 S&P는 「정크본드」(위험채권) 직전수준으로 하향조정했다. 국내 금융시장은 자원(돈)이 있어 신용만 회복되면 정상화가 가능하지만 자원(달러)자체가 고갈된 외환시장은 자력회생의 여지가 갈수록 비좁아지고 있다.

국내금융시장의 신용위기는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존립문제이지만 외환위기는 국가부도의 문제다. 유일한 희망은 달러가 들어오는 것, 즉 IMF자금과 주변국 협조융자 뿐이지만 일정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국제금융가에선 한국의 「모라토리엄(지급불능)」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국가부도방지를 위해선 좋든 싫든 IMF에 매달리는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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