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치면서 수술하는 의사 보았나요, 술상을 받아놓고 진찰하는 의사 보았나요』 모 병원의 의사 A씨는 지난 여름 1주일간 휴가를 얻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골프도 즐겼으며, 술자리도 나누었다. 그러나 A씨가 근무하는 병원의 의료보험 청구서류에는 그 시각 A씨가 환자를 수술하고 있었다(서너차례나). 또 A씨가 술을 마시는 시각에도 서울의 병원에서 그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것으로 돼 있었다. 10일 검찰이 적발한 대형 병원들의 「진료비 비리」의 한 유형이었다. 그러나 이런 케이스는 환자가 직접적 피해자가 아니어서 오히려 나은 경우일 수 있다.또 다른 한 병원에서는 수술비를 청구하면서 거즈 반창고와 수술후 부위를 꿰매는 수술실값 등을 별도로 계상했다. 체중계 사용료, 머리감는 샴푸값, 식기 소독비, 아이스팩에 들어가는 얼음값도 계산서에 올렸다(전기사용료는 빠져있었다).
자장면을 한 그릇 먹었는데 주인이 양파와 단무지값은 물론 이것을 찍어먹는 식초와 간장값, 젓가락사용료, 식기세척비에 식후에 입을 닦은 종이 내프킨값까지 별도로 청구한다면 우리는 그를 「XX(적)」이라는 말 외엔 달리 부를 방도가 없다.
대형 병원들이 이같은 불법행위를 저지른 이유는 「환자를 위해서」였다.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한 병원 관계자는 『재단에 의지하지 않고, 첨단장비를 갖춘 선진병원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적자를 피하기 위해서』는 빠짐없이 공통된 이유였다.
검찰 관계자는 「저보험료」라는 현실을 감안, 고가 재료와 장비 사용료나 최신의약품대금 등은 수사에서 제외시켰다고 밝혔다. 불법을 눈감아준 것이지만 병원이 주장하는 「불가피성」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파렴치한 행위」만 수사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밝혀진 것만 1년동안 158억원을 넘었다. 외래환자는 제외하고 입원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병원침대에 누워 환자들은 『내 병을 고쳐주는구나』하며 얼마나 병원에 고마움을 느꼈을까. 병을 고치러 누웠다가 멀쩡한 살점만 뜯기고 나온 기분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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