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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특파원이 본 대선

입력
1997.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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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외국특파원들은 이번 대선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전화 인터뷰에서 이들은 미증유의 경제위기속에 선거가 치러진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었다.◎“경제대책 큰 차이 없어”

▲우에 이치로(우혜일랑·일본 요미우리 신문)=경제위기는 단연 이번 대선의 화두인 것 같다. 누가 당선되든 그의 경제위기 극복대책에 가장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는게 이번 선거양상이다. 그러나 후보들간의 경쟁이 정책위주로 이루어지기 보다는 인물론이 더 우세한 현실이고 여기에는 지역주의가 깊이 깔려 있다. 여러 당들이 다양한 주장을 하고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정치이슈들은 아니다. 아들의 병역문제나 나이, 색깔론 등이 모두 후보의 인물에 관한 것들이다. 선거전이 막 치열해지는 와중에 경제문제가 터진 상황은 예전의 여당출신세력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불안감은 심화하고 이는 가뜩이나 팽배했던 정치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에 관한 후보들의 대책이나 안목에서 큰 차이를 발견하지 못한다.

모두가 『우리는 YS와 관계가 없다』고 외친들 국민에게 다가서는 설득력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 같다. 투표율이 떨어질 것으로 본다. TV토론과 여론조사의 영향력이 커진 것은 과시형 대중집회 중심의 예전 선거에 비해 새로운 양식의 선거운동으로 평가하고 싶다.

◎“유권자들 무관심 심화”

▲더크 고더(독일 DPA통신)=작금의 금융 경제위기에 대한 후보들의 시각과 대책은 무엇인가. 국민들은 후보들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 지금 국민들은 정치를 신뢰하는가, 혹은 그렇지 않은가. 이번 선거의 초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유감스럽게도 후보들은 이 대답에서 실질적인 차이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각 정당이나 후보들은 국민들에게 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약속을 내놓아야만 할 처지이고 이야말로 선거전의 중요한 일부, 또는 전부가 돼 있다. 후보들은 문제가 해결가능하고, 나아가 짧은 기간내에 해결할 수 있다고도 하지만 문제는 IMF와의 합의내용이 차기정부의 운신의 폭을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권자들의 심리적 절망감은 점차 더해가는 것 같다. 그들은 금융 경제위기극복이 단시간내에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다. 유권자들은 이제 후보들의 인물 됨됨이나 성격이 어떠한가에 대해 관심이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회창 김대중 이인제 후보는 나름의 강점과 약점을 저마다 갖고 있다. 한국의 문제는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적 문제가 복합돼 있고 남북 상황도 중요하다. 유권자들은 『우리가 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품고 투표장으로 향하겠지만 결정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전례없이 공정한 경쟁”

▲세르게이 쿠다소프(러시아 노보스티 통신)=한국이 지금과 같은 위기속에 선거를 치른 적은 없을 것이다. 작금의 금융위기는 한국에 50, 60년대 이래 가장 가혹한 시련이다. 각 후보들이 이 위기에 대해 무엇을 제시하고 있는가가 이번 선거의 대명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지금 한국이 앓고 있는 병이 불치의 암인가, 아니면 회복될 수 있는 심한 독감인가. 이번 선거는 이 의문에 대한 국가적 토론의 장이 된 양상이다. 후보들로부터 눈 여겨 보는 것은 누가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여부인 듯하다.

지금 유권자들은 후보들에게서 무엇을 찾고 있을까.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회창 김대중 두 후보는 단순히 위기해결에 대한 실무적 능력만을 요구받는 것은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국민전체의 단합이다. 차기정부의 리더십은 국민들을 얼마나 단합시킬 수 있는가에서 나오게 될 것이다.

한국의 이번 선거가 전례없이 공정한 자유경쟁속에 진행되고 있는 것은 또 하나의 주목거리이다. 선거자금의 불법살포가 사라진 것은 과거의 한국적 현실에 비추어 민주정치의 발전으로 보고 싶다. 선거를 통해 한국민들은 위기해결의 방법을 찾아 낼 것이다. 위기앞에 단합할 줄 아는 국민들이기 때문이다.<조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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