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금융시장대책은 무리가 없지 않으나 불가피한 조치다. 금융시장에서 막혀 있는 돈의 흐름을 뚫기 위해 걸림돌이 되고 있는 종합금융회사를 잠정적으로 퇴출시키고 대신 그 역할을 은행이 떠맡도록 한 것이다. 금융위기를 촉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는 부실 종금사인데 이들이 자구책으로 기업어음을 마구 돌린 것이 재벌그룹들의 도산을 결과했다.현재 경제의 붕괴를 위협하고 있는 금융시장의 작동중단은 은행의 종금사에 대한 자금공급의 거부에서 비롯된 것인데 결국 종금사의 방만한 경영에 적지않은 책임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은행이 종금사로부터 떠맡아야 하는 임무를 차질없이 수행토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은행에 금융시장안정에 긴요한 과제를 부여했다. 정부의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고 별로 신뢰하고 있지 않은 은행들이 소요되는 자금에 대한 확실한 공급보장 없이 정부의 뜻대로 움직여 줄지 확실하지 않다.
금융경색을 정상화하는데 결정적인 요인의 하나는 기업발행의 기업어음(CP)유통이 원활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은행의 신탁계정에 오는 12월말까지 한시적으로 CP매입업무를 허용키로 한 것은 바로 CP의 막힘을 뚫자는 것이다. 은행신탁계정이 종금사의 중개로 매입한 CP는 약 40조원 상당으로 추정되고 있다. 은행들이 상환연장을 해줄지 의문이다. 은행측으로서도 협조를 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측에서도 정책적인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손해를 보게 된 것은 예금자들이다. 금융기관에 대한 예금은 앞으로 3년간 원리금상환이 보장돼 있지만 예금이 즉각 인출되는 것이 아니므로 그 기간동안 손해를 보게 돼있다. 이번에도 영업정지처분을 받은 나라, 대한, 신한, 중앙, 한화종금 등 5개 종금사의 기업 및 개인 예금자들은 처분이 만료되는 내년 1월31일까지는 예금인출이 불가능, 그 만큼 피해를 보게 된다. 보완책으로 예금증서를 담보로 국민, 주택 등 우량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는 하나 이것이 계획대로 집행될지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한은자금을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반드시 실천되도록 해야 한다.
결국 회수불능의 부실채권이나 예금자보호는 재정으로 메워주게 된다. 정부가 소요되는 재원조달을 위해 24조원 상당의 국채를 발행키로 하고 98년 추경예산에 채권 이자지급분 3조6,000억원을 계상키로 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다만 중·장기대책이므로 당면한 자금순환폐쇄문제를 푸는데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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