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부터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4자회담 본회담을 바라보는 우리의 심정은 한마디로 기대반, 우려반이다. 한반도 문제해결을 위한 협상은 「긴 여정」이라는 지적처럼 4자회담을 비롯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대화는 앞으로도 인내와 시간과의 싸움일지도 모른다. 우여곡절끝에 열리는 이 회담의 모두에 「역사적」이라는 수식어를 갖다붙이기에는 아직도 그 전도가 너무 불투명하다. 「어느 구름에 비가 들었는지 모를」 정도로 도처에 함정과 난관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우선 이번 회담에 임하는 남북한의 현격한 시각차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회담이 앞으로 얼마나 험난한 여정일지는 남북한 수석대표의 기조연설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 이시영 수석대표의 기조발언을 통해 한반도문제해결은 남북한이 논의하는 당사자간 해결원칙을 제시했다. 또 새로운 평화체제가 마련될 때까지 현 정전협정체제의 준수를 강조했다. 너무도 당연한 입장천명이다. 이는 한국정부가 그동안 남북관계에서 적용해 온 기본원칙이라 할 수 있는 ▲남북간 상호체제인정 ▲내정불간섭 ▲상호불가침원칙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의 김계관 수석대표는 「정전협정체제는 마비상태」라는 종전입장을 되풀이했다. 예의 주한미군철수와 북·미평화협정체결 문제를 들고 나왔음은 물론이다. 이번 회담에 임하는 그들의 입장을 극명하게 밝히는 대목이다. 그들은 한반도의 긴장원인이 주한미군 때문이라고 또 생떼를 썼다. 장소와 시간을 달리했을 뿐 북한의 억지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단 하나 바뀐 것이 있다면 북한이 「남북대화와 미북대화를 함께 추진한다」는 뜻을 밝힌 점이다. 북한이 지난 예비회담때에는 남북대화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진일보한 것으로도 볼 수 있겠지만 아직은 성급한 기대라고 본다.
「시작이 반」이라는 우리측 수석대표의 지적처럼 인내와 노력을 갖고 이 회담을 지켜보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바람이 있다면 이번만이라도 남북한이 상호 신뢰의 바탕을 마련하고 미중이 「담보」하는 형태가 될 수는 없을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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