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재일본 한국민단 중앙본부는 「국가파산」상태의 모국을 돕기위해 재일동포 한가정이 10만엔 이상의 외화를 한국에 송금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교포사회 차원의 지원책을 발표했다.그런데 기자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날 민단이 개최했던 기자회견장의 분위기였다. 물론 「조국의 위기상황」때문이었겠지만 기자회견장 주변의 수십명 재일동포들이 비장감과 침울함에 빠져있는 모습이었다. 어찌보면 자신들과 직접 관계없는 일일 수 있는데도 그처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고 『어쩔 수 없는 동포』라는 실감이 들었다. 나라(나량)시에 사는 재일동포 이병주옹이 최근 민단에 보낸 편지를 보면 재일동포들의 모국에 대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11월24일 한국의 경제위기가 보도됐습니다. 저는 그 기사를 읽고 단지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조국의 발전이 없다면 재일동포의 꿈도 희망도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까. 조국의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많고 적고를 따지지 말고 재일동포로서 무엇인가 해야되지 않겠습니까. 먼저 민단이 선두에 서서 어떤 형태의 운동이 적당한가를 검토하고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재일동포가 일본사회에 거주하며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애국심, 그리고 자신을 가질 수 있으려면 조국의 발전이 불가결합니다』
재일동포들은 그동안 모국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면 언제나 앞장서서 힘을 보태왔다. 해방이후 지금까지 재일동포들이 모국에 지원한 금액을 굳이 따지자면 무려 1,000억원에 달한다.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유형무형의 지원도 눈물겨울 정도로 많았다.
그러나 현재 모국과 모국동포들의 재일동포에 대한 인식은 여러가지 면에서 실망스럽다. 재일동포들은 어두운 역사의 희생자로서 일본사회에서 오늘도 차별을 극복하고 살아가고 있는 자신들의 특수성을 인정받고 싶어한다.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모국의 발전을 위해 더욱 기여하고 싶어한다. 재일동포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아쉽다. 최소한 그들 마음만큼의 배려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도쿄>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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