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이상으로 조직 비대하다’ 공무원 60%가 공감하지만 적정인원·민간이양·고시제 등 각론서는 정부·민간 곳곳 대립최근 바람직한 정부를 연구하는 모임(회장 서울대 김광웅 교수)이 실시한 중앙행정기관 공무원 대상 설문조사에서 60%에 이르는 공무원들이 「정부가 필요 이상으로 비대하다」고 응답했다. 공무원집단 내부에서조차 「큰 정부」에 대한 비판여론이 만만치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작지만 강력한 정부, 규제하고 통제하는 정부에서 봉사하고 지원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는 데는 정부와 민간 모두 별다른 이견이 없다. 그러나 현실인식과 구체적인 개편방향과 방법 등에 대해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첫번째 쟁점은 공무원 수. 전경련 산하 자유기업센터는 올해 6월 펴낸 「늘어나는 공무원수 비대해지는 정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김영삼 정부 집권기간 동안 공무원이 5만8,683명이나 늘어 문민정부의 개혁은 실망스러운 수준에 머물렀다』고 주장했다. 덩치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결과적으로 허언에 불과했다는 것. 자유기업센터 공병호 소장은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선의의 규제든 악의의 규제든 규제권한을 행사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공무원의 절대적인 숫자를 줄이지 않고서는 실질적인 규제완화도, 정부개혁의 실효성도 기대할 수 없다. 자리만 채우고 있는 이른바 「사내 실업자」만 줄여도 지금 당장 20∼30% 정도의 인원감축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조직과 인사관리를 맡고 있는 총무처 측은 『우리나라 공무원 1인당 국민 수는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훨씬 많다. 또 전체 공무원 수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 교원, 경찰, 보건환경, 중소기업 지원 등 국가경쟁력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꼭 늘려야 할 분야에 집중돼 있다』고 반박했다.
공공부문의 민간 이양 문제도 논란거리다. 공소장은 『정부업무 중 정책 수립·조정 등 핵심기능을 빼놓고는 집행기능과 정부산하 기관 업무 대부분을 민간에 넘기는 아웃소싱을 해야 한다. 공기업 대부분이 막대한 적자경영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다고 서비스의 질이 높은 것도 아니다. 정부는 선수가 아닌 공정한 심판의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이것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총무처는 공기업의 적자폭이 크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민간기업이 공공서비스 부문을 맡으면 적자보전을 위해서라도 서비스 이용료를 대폭 올리게 된다. 섬이나 산간오지처럼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부 지역이 소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정보화 시대에 법조문 달달 외서 합격하고, 공무원 사회 내부에서도 기수별로 뭉치는 등의 폐해가 큰 고시제도를 당장 폐지해야 한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에 대해 총무처는 『현재도 민간인 특채제도를 시행중이며, 공채제도는 민간기업도 활용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박한다.
이밖에 정부 행정부처 개편의 폭과 방법 등 많은 문제들에 대해 양측의 견해가 팽팽하게 맞서 있다. 오직 한 가지, 지금 이대로의 정부조직과 기능으로는 밝은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서만은 모두들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황동일 기자>황동일>
◎술렁이는 공무원사회/정년제 재고방침 등 신분보장 매력이 흔들
공무원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내무부는 2만4,000명, 정보통신부는 2,500명을 각각 2000년과 99년까지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거기에다 대통령후보마다 새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로 대대적인 정부개혁을 내세우고 있어 공무원들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정부가 중점적으로 감축해 나가겠다고 밝힌 행정지원 분야에 근무하는 한 하위직 공무원은 『왜 우리만 거론하나? 우리가 경제정책을 책임지나,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나. 정작 줄여야 할 간부급들은 쏙 빼놓고 줄이느니 어쩌니 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공무원 인사업무를 담당하는 총무처의 한 관계자는 『공무원 감축은 기존 인력을 해고하지 않고 자연감소와 신규채용억제 등의 방법으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자기 의사에 반하는 실직 위험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정부조직과 인력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가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직개편이 있을 때마다 통·폐합 「0」순위로 꼽혀온 공보처의 한 직원은 『공무원이라는 게 법률로 신분이 보장된 직업이라 당장 해고 걱정은 덜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면 상황이 또 어떻게 바뀔 지 몰라 불안하다』며 『요즘 언론을 보면 정부와 공무원 모두가 도려내야 할 사회의 암적 존재들로 취급받는 것 같아 서글픈 느낌까지 든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공무원의 가장 큰 직업적 매력인 신분보장마저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 8월에 정년까지 보장하던 공무원 신분제도를 완화하고 연공급보다 실적급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총무처의 또다른 관계자는 『행정업무의 특성상 상당수 공무원들이 일자리를 그만두면 다른 직업에는 적응하기 힘들다. 따라서 공무원사회에도 조기퇴직제를 도입하게 되면 재취업을 위한 직업훈련 등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함께 강구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황동일 기자>황동일>
◎정부 국제경쟁력 몇등이나 될까/복지·환경 등 서비스 행정규제·부패정도 모두 중하위권
국민총생산(GNP) 세계 11위, 무역규모 12위, 그러면 우리 정부의 국제경쟁력은 몇 등이나 될까?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은 97년도 세계경쟁력 연감」에서 한국경제의 96년도 국가경쟁력을 조사대상 46개국 중 30위, 정부부문의 경쟁력을 32위로 평가했다. 이에 반해 세계경제포럼(WEF)은 조사대상 53개국 중 국가경쟁력은 21위, 정부부문은 10위로 평가, 큰 격차를 보였다. 이것은 IMD가 국가경쟁력을 변화에 적응하는 경제·사회적 모델을 선택하는 능력으로 보는 반면, WEF는 높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는 한 나라의 성장능력으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한 나라의 국가경쟁력의 핵심 지표를 전반적인 사회적 역량에 두느냐, 아니면 경제적 역량에 두느냐 하는 데서 오는 차이인 것이다.
두 측면 모두를 포괄적으로 고려한 한국경제연구원의 「핵심 경쟁력 요소로 본 한국경제의 글로벌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96년도 우리 정부 행정 서비스 부문의 경쟁력은 전체 조사대상 46개국 중 22위를 기록했다. 이밖에도 국가의 기업통제·재정정책의 기업활동 촉진 정도 등을 따지는 「비즈니스 지원」 부문이 필리핀에 이어 세계 17위, 투자에 대한 정부개입과 정부에 의한 가격통제 등에 관련된 「시장지향성」이 30위로 조사됐다. 정부의 투명성과 행정권한의 분권화 정도, 그리고 공공부문의 청렴도를 측정한 「행정투명성」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헝가리, 필리핀에도 한참 밀리는 36위로 나타나 부정·부패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총조세수입의 GDP 비중, 전체 고용 중 정부 고용이 차지하는 비중 등을 측정한 「작은 정부」 부문은 14위를 차지하여 정부의 양적 규모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무원 총수나 양적 규모보다는 분포의 건전성을 따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의 경우, 규제권한을 가진 부처나 산하기관 등에는 공무원이 남아돌 정도지만 국민생활과 직결된 환경·복지부문 등에는 여전히 인적 자원이 부족한 상태라는 것이다.
총리실에서 96년부터 실시해온 「37개 중앙행정기관별 대국민 서비스 만족도 조사」결과는 전문가들의 이러한 지적을 구체적인 수치로 증명하고 있다. 국민들이 정부의 주요 중앙행정기관들에 준 점수는 평균 56.71점으로 F학점을 면치 못했다. 정부의 실패로 시작된 IMF경제통치가 한창 진행될 내년에는 점수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황동일 기자>황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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