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도 거래 끊겨 시장마비/외환도 IMF전보다 더 악화현재의 금융시장 상황은 마치 「원화부도가 먼저냐, 외화부도가 먼저냐」의 선택만을 기다리고있는 모습과도 같다. 금리는 단기금리에 이어 장기 실세금리까지 법정상한선에 도달, 마침내 「25% 이자율」시대를 열었고 환율은 「1달러=1천5백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금리와 환율폭등속에 주가폭락은 오히려 자연스러울 정도다.
「초고금리, 초고환율」의 혼란한 시장중심엔 종금사 문제가 있다. 이는 현 경제시스템의 붕괴위기가 국제통화기금(IMF)의 본격적 자금지원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리
금리가 꼭대기까지 올랐다는 것보다 자금 거래 자체가 끊어졌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고금리라도 자금조달이 된다면 적어도 시장기능은 살아 있는 것이지만 지금은 팔고 사는 행위자체가 사라진 상황이다.
향후 긴축에 대비해 기업들은 현재 금리불문,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 자기자본비율 비상이 걸린 은행의 대출중단과 결제불능상태에 몰린 종금사의 여신회수로 기업들의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확보 노력은 가히 필사적이다. 이달들어 9일까지 회사채 발행물량은 전달 발행량의 58%가 넘는 1조6천3백억원에 달하고 있다. 한결같이 삼성 현대 대우 등 초우량기업물이지만 금융권 매수세가 사라지고 주간사(증권사)조차 자금난심화로 떠안을 여력이 없어 대부분 발행기업이 되사가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어음(CP)은 중개기관인 종금사들이 부도상태에 빠지면서 시장조차 형성되지 않고 콜은 종금사 자금부족액이 8, 9일 이틀간 한때 3조1천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은행간 및 은행―우량종금사간 거래만 겨우 유지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연 25%」가 IMF와 당국의 의지라는 점이다. 한국은행 당국자는 『25%는 결과가 아니라 목표』라고 말했다. 이는 금리하락요인이 생기면 통화를 환수해서라도 당분간 연 25%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적어도 연말까지 금리는 법정상한선에 계속 매달려 갈 것으로 보인다.
■환율
환율폭등은 금융기관, 특히 종금사들의 외화결제난에 1차 원인이 있다. IMF에서 55억달러가 들어왔고 연내 총 1백억달러 정도 유입되더라도 외화부족상황은 개선되기 어렵다는게 딜러들의 중론이다.
현 외환시장은 IMF 구제금융신청 전보다 더 심각하다. 주요차입선인 일본금융기관들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저팬 프리미엄」이 형성될 만큼 스스로 외화난에 몰리고 있어 한국계 금융기관 여신을 속속 회수하고 있다. 미국·유럽 금융기관들도 12월말 결산자금확보를 위해 공급자금을 거둬가고 있다.
금융기관 외화난은 부실종금사·은행에서 이제 비교적 안전했던 선발종금사와 우량은행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심지어 해외차입의 다리역할을 하며 「달러공급자」역할을 했던 국책은행조차 결제자금을 정상적으로 확보치 못해 외환시장에서 「수요자」위치로 전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달러당 1천5백원 돌파는 당장 10일중 가능하다. 달러당 1천5백50원만 되더라도 연중 절하율이 45%에 달해 동남아국가를 포함, 「통화가치폭락 1위국」이 된다. 한 외환딜러는 『15일 외국인주식투자한도 확대와 IMF자금유입에 희망을 걸지만 연내 만기도래할 결제자금(약 2백억달러)을 감당하기는 어렵다』며 『환율은 연말까지 계속 오를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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