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서울 반원초등교 특활 ‘환경보전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서울 반원초등교 특활 ‘환경보전부’

입력
1997.12.10 00:00
0 0

◎“우리집은 물건 이렇게 오래써요”/8년된 농구공·60년된 접시 자랑/학생들 절약·환경교육에 도움농구공의 특징이라면 표면에 돌기가 있는 것. 하지만 서울 서초구 잠원동 반원초등학교 황형석(5학년3반)군의 농구공은 돌기있는 고무표면이 거의 없다. 고무돌기는 떨어져 나가고 대신 손 때묻은 천이 표면을 거의 다 차지하고 있다. 하도 오래 썼기 때문이다. 황군은 최근 학교 특별활동 시간에 이 공을 자랑했다. 『지금 고3인 외삼촌이 고등학교 올라가면서 물려준 것이예요. 제가 5살때 삼촌과 시골로 놀러갈때도 갖고 갔으니까 적어도 8년은 되었습니다. 정이 들어서 촉감이 아주 좋아요. 못 쓸때까지 쓸 생각입니다』

황군이 속한 특별활동부서는 「환경보전부」. 5, 6학년이 주축이 된 이 특활부는 환경시설도 견학가고 식용유로 비누도 만들고 학교 주위 가로수변에 들꽃 화단까지 꾸미기도 한다. 만들고 움직이는 것을 좋아해서 들었던 어린이들이 서서히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는 모임이기도 하다.

이 부는 국제통화기금의 원조를 받게 된 것을 계기로 최근 「우리집에서 가장 오래된 물건 자랑하기」시간을 가졌다. 지구의 모든 물자를 아껴쓰는 것 이상의 환경운동은 없다는 것과 알뜰정신을 함께 일깨워주기 위해서였다. 황군이 농구공을 들고나온 것도 그때문. 20명 어린이들이 들고나온 물건은 대부분 10년 정도씩은 된 것. 고민정(5학년 6반)양은 60년된 접시를 들고왔다. 할머니가 물려주셨다는 접시는 이빠진 곳도 하나 없었는데 『집에 여러개가 있어 제사때면 꼭 큰 집으로 들고가서 (진설하는데) 쓴다』고 소중함을 들려준다. 김대원(6학년 4반)군은 어머니가 10년전에 뜬 장갑을 소중히 끼고 있다고 자랑했으며 정범준(6학년 3반)군은 아버지가 대학생때 쓰던 천필통을 들고나왔다. 박형철(6학년 7반)군 역시 어머니가 대학생때 쓰던 가위를 발표했다. 안태경(6학년 7반)양은 아예 어머니가 대학생때 입던 옷을 입고 나와 어머니가 안양이 초등학교 입학할때 만들어준 천필통을 자랑했다.

이 학교 명예교사로 환경보전부를 이끌고있는 서형숙(39·한살림 이사)씨도 15년된 옷을 입고 나왔다. 이 학교 환경부장 교사인 배순화(47)씨 역시 대학생때부터 쓰던 빗을 발표했다.

1학년 담임이기도 한 배교사는 『최근 반 아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신발이 1켤레인 학생은 39명중 3명뿐이었고 신발이 5켤레인 학생까지 있었다』며 『알뜰하게 아끼는 어린이를 보면 부모들도 그렇더라』며 절약과 환경교육에는 부모만한 교사가 없다고 강조했다.<서화숙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