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한도 확대 등 빗장 풀려/재계 경영권 방어대책 “비상”국내 기업들이 외국인(외국기업)의 기업사냥에 완전 노출되는 상황이 임박했다. 정부가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은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기로 국제통화기금(IMF)과 합의했지만 적대적 M&A를 허용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IMF와의 지난번 협상에서 적대적 M&A는 배제하는 조건으로 외국인의 개인당 주식투자한도를 50%까지 확대키로 합의하고, 이달 15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합의문(양해각서)에 「우월적 지위 남용과 관련된 제도를 선진국 기준에 맞추기 위해 적대적 M&A에 관한 법률안을 대선후 열릴 첫 임시국회에 제출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적대적 M&A의 「원칙 불허, 사실상 허용」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실제 정부의 한 관계자는 문제의 조항과 관련, 공정거래법상 금지되고 있는 경쟁제한적 M&A 외에는 적대적 M&A까지 허용하라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곧 합의문을 그대로 해석할 경우 시장을 독점할 우려가 높은 M&A를 제외하고는 우호적이든, 적대적이든 M&A 시장을 전면개방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외국인 주식투자한도를 15일부터 확대하는 것을 비롯, 사전신고를 의무화한 외국인의 10%이상 주식취득을 사후신고로 바꾸는 한편 25%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경우 50%+1주까지 사도록 한 의무공개매수제도도 곧 완화될 방침이다.
이들 조치가 시행되더라도 「주식의 10%이상을 취득할 경우 이사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외자도입법 규정이 남아있어 적대적 M&A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경영권 장악에 필요한 주식을 사들인 뒤 「경영부실에 따른 주주의 피해방지 차원의 경영권 확보」라는 명분을 내세워 사후승인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절차가 다소 복잡하지만 적대적 M&A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어서 빗장이 반쯤 풀린 셈이다.
더구나 IMF측은 미국의 요구를 대변, 추가 협상과정에서 합의문에 명시된 조항을 근거로 적대적 M&A의 전면허용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지난 6월 일본으로부터 외국인의 M&A에 장애가 되는 규제와 관행을 시정한다는 합의를 이끌어 낸 바 있어 IMF 구제금융을 계기로 한국에 대해서도 이 분야에 대한 압력을 강화할 공산이 크다.
정부가 적대적 M&A의 전면허용을 선언할지 여부는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재계는 이에 대해 정부가 추진하는 후속조치들이 사실상 적대적 M&A를 용인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경영권 방어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재계는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자간투자협정(MAI)의 주된 의제로 논의되고 있는데다 각국이 관련규정을 완화하는 추세여서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다만 정부의 협상력에 따라 개방 시기와 제한업종이 조정될 뿐이라는 분석이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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