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는 전차종 생산체제 구축쌍용자동차를 놓고 이루어진 쌍용과 대우의 「빅딜」은 양대그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또한 한라 이후 쌍용까지 넘어갈 경우 닥쳐올 정부의 엄청난 부담도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양대그룹의 협상과정이나 8일 쌍용과 주거래은행과의 막바지 협상에 임창렬 부총리가 자리를 같이 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쌍용그룹의 목줄을 죄고 있던 쌍용자동차를 대우에 넘김으로써 쌍용은 존립기반을, 대우는 전차종 생산체제를 갖출 수 있게 됐고 정부는 경제실패의 부담을 일시적으로라도 덜어 돌 하나로 세마리의 새를 잡은 셈이다.
쌍용이 자동차를 전격적으로 매각하게 된 배경은 계열사인 쌍용종금의 업무정지 이후 몰아닥친 그룹 전체의 자금난 때문이다. 사실 지난 3일께부터 쌍용그룹은 하루하루 몰려오는 자금을 막느라 정신이 없었고 은행의 업무마감시간만 지나면 부도리스트에 오를 정도로 자금난에 시달렸다. 이는 쌍용자동차의 대규모 부채와 이에 따른 이자부담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쌍용자동차는 그동안 누적적자와 경기침체에 따른 판매부진, 벤츠와의 협상결렬 등으로 생존 자체가 크게 불투명했다. 특히 자본참여와 공동경영 등을 놓고 상당히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던 벤츠와의 협상이 부채해결에 대한 의견차이 때문에 지지부진하다 결렬, 쌍용그룹 전체를 압박했다.
쌍용자동차의 누적적자는 지난해말까지 4천3백억원에 달했고 올 한해의 적자만도 1천5백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채규모는 무려 3조4천억원. 회생 가능성을 잃어버린채 꼬박꼬박 돌아오는 이자에 시달려야 하는 쌍용자동차를 더 이상 방치할 경우 그룹 자체의 경영이 어려워질 수도 있었다.
이에 따라 쌍용그룹의 자동차매각은 연초부터 꾸준히 시도됐으나 번번이 부채문제로 결렬됐었다. 연초 삼성과 쌍용자동차의 매매협의가 있었고 올 하반기부터는 벤츠와의 적극적인 협상이 있었으나 끝내 결렬되고 말았다. 이번 대우의 인수 역시 부채가 가장 큰 문제였으나 대우는 2조원만을 떠안는 조건으로 이를 받아들였다.
대우는 엄청난 부채부담과 함께 쌍용자동차를 인수해 부채를 해결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으나 그 대가로 세가지 소득을 동시에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그동안 생산하지 못한 대형승용차와 트럭, 지프 생산라인을 갖춰 전차종을 생산하게 됐다. 또한 부족한 기술기반을 벤츠와의 협력을 통해 해결, 어려움에 빠진 기아와 확실히 차별화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와 같이 온전히 살아남을 기업이 없다는 상황에서 2조원의 부채를 선뜻 받아들이며 쌍용을 인수해 대내외에 대우가 튼튼하다는 사실을 입증시켰다. 세계경영의 성공을 과시한 셈이다.
정부도 쌍용을 최악의 상황에서 구함으로써 급한불은 껐다. 쌍용도 이번 자동차매각으로 그룹의 정상경영화가 가능해 졌고 대우도 대형 종합자동차메이커로서의 체제를 갖추었다. 쌍용 대우 모두 IMF시대의 경영혁신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재계와 금융계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이종재 기자>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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