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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1년 김경호씨 둘째딸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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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1년 김경호씨 둘째딸 내외

입력
1997.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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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 하면서 자본주의 배워요”/정착금 금세 바닥 주위도움 재기/“IMF 모르지만 외화 안쓰면 되는 것 아닙네까”9일은 김경호(62)씨 일가 17명이 북한을 탈출, 귀순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 김씨 가족은 죽음을 무릅쓴 탈북과 44일간의 대장정에서 성공했듯 끈질긴 집념으로 자본주의 사회에 잘 적응해가고 있다.

특히 김씨의 둘째딸 김명실(37)씨와 남편 김영환(35)씨는 그동안 여러차례 좌절을 겪으면서도 포기않고 재기, 현재 서울 문정동에서 포장마차를 하며 『5년후에는 북한음식전문점을 내겠다』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북한에서 버젓한 중견공무원을 지냈던 김씨 내외에게 지난 1년은 자본주의 사회를 밑바닥에서부터 철저하게 공부한 시기였다. 남편 김씨는 막노동까지도 해보았으나 가을이 되자 정착금으로 받았던 3천만원이 벌써 바닥을 드러냈다. 8, 5세인 두아이의 학원비를 비롯, 아무리 아껴써도 한달생활비가 최소한 1백20만원이 들어갔다. 물산은 풍부해도 서민들이 살기 힘든 곳이 자본주의 사회란 걸 깨달았을 때쯤 주변에서 『포장마차라도 해보라』고 권유했다.

『처음에는 말 타고 다니는 줄 알았다』는 남편 김씨는 『오뎅도 그렇고 꼬치도 그렇고 이북에선 통 구경도 못해본 것들이야요』라고 막막했던 출발을 회상했다. 처음 문정동의 한 직판장 구석에 자리를 잡았으나 주위 상인들로부터 하루만에 쫓겨났고 다시 관악경찰서 김영희(41·여) 경사의 도움으로 대학로 부근으로 옮겼으나 며칠 안돼 구청직원들에게 쫓겨나 문을 닫았다.

그런 김씨 부부에게 도움의 손길이 닿았다. 취직에 도움이 될까 싶어 다녔던 문정동 M자동차학원의 임모(37) 원장이 학원 한구석을 내준 것. 부부는 이곳에서 오뎅 국수 등을 팔고 단골에게는 북한식 두부밥도 만들어 준다.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열심히 벌면 하루 10만원 정도의 벌이는 거뜬하다.

남편 김씨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열심히만 하면 누구든 잘 살 수 있다고 하지만 적어도 먹고 살 기술이라도 가르쳐줘야 열심히 살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어렵게 살아가는 귀순자들의 처지를 안타까워 한다.

김씨는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는 급속하게 떨어졌다가도 올라갈 수 있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다』며 『요즘 말많은 IMF가 뭔진 잘 몰라도 다들 과소비 하지말고 외국돈 쓰지않으면 되는 것 아닙네까』라고 반문했다.<박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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