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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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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한국은 멕시코와 첫 격돌을 치르게 됐다. 추첨 결과이긴 하지만 「하필이면 첫 상대가 멕시코인가」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우리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신탁통치」에 들어선 마당에 멕시코는 우리보다 한발 앞서 IMF의 신탁통치를 거친 나라이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끝에 결국은 IMF의 신탁을 받기까지 멕시코와 한국은 여러 가지로 비교된다. 멕시코는 94년에 이른바 부자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뒤 바로 국가부도사태를 맞았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멕시코가 OECD의 28번째 회원국이고 한국은 29번째 가입국이다. ◆멕시코에 지원된 IMF와 미국 등 선진국의 구제금융규모도 우리와 비슷한 5백억달러 정도였다. 멕시코는 이중 약 절반 정도를 받아쓴 뒤 다행히 외환위기는 벗어났다. 멕시코의 총외채는 약 1천6백억달러(96년)로 세계 1위다. 우리가 IMF 등의 구제금융 5백50억달러를 모두 쓰면 한국이 1위 자리를 물려받을 판이다. ◆멕시코는 아직도 금융공황의 상처로 괴로움을 겪고 있다. 1백만명 이상의 실업자와 18% 이상의 고물가, 사실상의 임금동결로 서민생활이 고통스럽다. 경제파탄을 몰고 온 관리와 정치가들에 대한 심판의 여론도 팽배하다. 내년 이후 우리 모습을 보는 것같다. ◆일각에선 한국은 수출 물가 등 경제체질이 건실해 멕시코보다 위기극복이 빠를 것이라는 잠꼬대같은 소리를 한다. 멕시코는 인접대국인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음을 도외시한 이야기다. 반면 우리는 미국 등으로부터 철저한 이지메(집단괴롭힘)를 당하고 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정말 어려운 상대를 맞았다』는 차범근 감독의 솔직함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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