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위기 원인은 정부·은행·기업의 무원칙/제대로된 감시체제없이 시장원리 말하는건 공허한국경제의 몰락은 시스템의 산물이다. 많은 이들이 툭하면 「시장경제」에 맡기자고 말한다. 시장원리란 무엇인가. 첫째, 모든 경제주체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해야하고 둘째, 정보가 투명하게 흘러야 하고 셋째, 공정한 경쟁이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한국엔 이러한 시장원리를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정부는 시장경제 시스템의 설치자요 감독자여야 한다. 그러나 시장경제를 요동시키는 제1의 무법자가 바로 정부다. 정부는 93만명의 공무원 봉급과 부실사업 집행을 위해 국부의 절반을 과학적 분석절차 없이 탕진하고 있다. 여기에 또다른 50만 퇴직공무원들의 왜곡된 일자리를 위해 국민들의 희생과 준조세를 강요하고 있다.
금융위기의 원흉인 은행을 보자. IMF는 한국 GNP의 10% 정도를 빌려주면서 한국경제를 감시·감독한다. 미국 은행들은 기업 자본금의 50% 이상을 꾸어주지 않는다. 일단 돈을 빌려주면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감시·감독한다. 은행마다 15명 내외로 구성된 신탁위원회가 있다. 사회적으로 공신력 있는 인사들로 구성된 야합할 수 없는 다수다. 은행장은 이들이 뽑기 때문에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 중요한 의사결정도 이들이 하기 때문에 은행장의 전횡도 없다. 은행의 주인은 바로 사회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은행장 선발은 재경원장관의 이권사업이다. 은행은 기업 자본금의 20배를 빌려주고도 공인회계사팀 하나 파견하지 않는다. 기업은 세금을 포탈하고 검은 돈을 빼내가기 위해 재무제표를 가짜로 작성한다. 미국인들은 공인회계사가 무한책임을 지고 서명한 재무제표를 믿고 주식을 산다. 재무제표 항목에 「기업비밀」이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미국 공인회계사는 모든 기업자료에 접근한다. 이것이 「100% 노출 원칙」이다. 이에 저항하는 기업은 미국공인회계사협회(AICPA)로부터 「감사불가」 판정을 받는다. 그런 기업은 그날로 끝장이다.
공인회계사 시스템은 미국경제를 받쳐주는 대들보다. 이것이 무너지면 미국 경제도 무너진다. 이런 시스템속에서 살아온 외국인들이 어찌 한국의 가짜 재무제표를 믿고 주식을 사겠는가. 공인회계사의 수임료에도 시스템이 있다. 한국에서의 수임료는 건당 무조건 정액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회계시스템의 신뢰도에 따라 기업마다 차등적으로 부과된다. 시스템의 신뢰도가 높으면 샘플기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수임료가 적게 든다. 그러나 신뢰도가 낮으면 모든 거래를 일일이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수임료가 비싸다. 따라서 기업은 수임료를 줄이기 위해 시스템의 신뢰도를 증진시키려 한다. 투명성이 자동적으로 증진되고 있는 것이다.
공인회계사는 미국에서 국민을 대신해 기업을 감시하는 경찰이지만 한국에서는 기업의 몸종일 뿐이다. 『내가 일으킨 기업인데 감히 누가 간섭해』 이와같은 천민자본가 의식은 IMF의 힘을 빌려서라도 청산해야 한다. 기업을 합리화시키고 검은 돈과 정경유착을 원천봉쇄하는 「없어서는 안될 핵심 시스템」은 방치한 채 검은 돈의 소유자더러 은행에 신고하라는 금융실명제를 먼저 실시한 것은 앞뒤와 우선순위가 뒤바뀐 코미디다. 그래서 부작용이 큰 것이다.
이번 기회에 공인회계사 시스템을 현대화하지 않으면 한국경제는 영원히 신뢰를 잃는다. 경영, 회계, 감사, 시스템 분야에서 존경받는 국내 최고의 석학을 선출하여 미국의 AICPA와 같은 실력있고 존경받는 무시무시한 사령탑을 설치해야 한다. 포항제철에도 신화가 있듯이 경제시스템 황무지에 사령탑을 세우는 데에도 신화적 존재가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최고의 석학들이 하는 일을 국내에서는 재경원 사무관들이 대신하고, 공인회계사협회를 재경원 퇴직 공무원들의 일자리로 전락시켰으니 소가 웃을 일이 아닌가. IMF가 가장 놀랄 일은 바로 이 부분일 것이다.
중소기업 문제 역시 시스템 문제다. 누구나 연구개발만이 살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막상 중소기업이 기술제품을 개발해도 선진국처럼 이를 평가해서 정보를 전파해주는 공신력있는 기관이 한국엔 없다. 그래서 알아주는 사람도, 사주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 누가 신제품을 개발하겠는가. 중소기업의 고질병인 돈걱정도 「대금결제 시스템」에 의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 특허 시스템도 고쳐져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해결되지 않으면 중소기업은 육성되지 못한다. 시장원리에 맡기려면 보이지 않는 손, 즉 시스템을 설치해 놓아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는 그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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