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자금 1주 지원 재개는 “미봉책”/악순환고리 못깨면 연쇄적 부도/“우량은에 몰린돈 국채로 회수 물꼬터야”콜자금을 결제하지 못해 사실상 지급불능상태에 놓였던 10개 종합금융사들은 6일 하오 늦게 은행권이 1주일 기간으로 콜자금 지원을 재개, 일단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일단 급한 불은 꺼놓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없이는 자금시장마비와 기업 연쇄부도를 막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해당 종금사들에 대해 은행권의 콜자금 지원이 지속되는 1주일 내에 살길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 것은 적극적인 자구노력을 독려하기 위한 것이지만 정부 스스로도 이같은 조치가 미봉책이라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이 콜자금을 지속적으로 대주는 것은 종금사 인출금을 은행이 끝없이 모두 갚아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자금이 종금사로부터 지속적으로 이탈되면 콜자금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져 은행으로서도 감당하기 힘들다는 이야기이다.
부실 종금사를 통해 자금이 끝없이 빠져나가고 종금사들은 다시 이를 메우기 위해 기업들의 자금을 회수하는 현재의 악순환 구조 자체를 바꾸지 못하면 기업들의 연쇄부도를 막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6일 부도처리된 한라그룹이나 영진약품 모두 단기자금시장마비로 인해 돈줄이 막힌 종금사들이 한꺼번에 자금을 회수하면서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경우이다.
은행권이 1주일기간으로 콜자금지원을 재개, 10개 종금사가 약간이나마 연명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뇌사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0개 종금사 문제가 더 불거질 경우 종금사 전체가 문제화할 수 있고 이는 금융권 전체를 위협할게 분명하다. 현재의 종금사 문제는 단순히 종금업계의 문제만으로 끝날 수 없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납득할 만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예금자들의 인출사태는 지속될 것이고 인출사태가 이어지면 해당종금사의 자금수요는 인출액만큼 많아져 다시 은행권에 손을 벌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자금부장은 『부실종금사로부터 인출된 돈이 국책·우량은행으로 몰리고 있는 만큼 국채를 이들 은행이 인수하게 해 자금을 회수한뒤 이를 자금이 부족한 금융기관에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기자금흐름이 개선된다고 해서 금융시스템이 완전히 회복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종금사의 자금난이 단지 9개 종금사에 대한 업무정지조치의 후유증이나 은행권의 자금제공부족 등 단기적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종금사들이 무분별하게 기업들에 돈을 빌려줬다가 부도로 못받게 된 돈은 10월말 현재 4조원에 육박한다. 성업공사가 나서서 2조7천억원대의 부실채권을 매입해 주긴 했지만 기업부도가 지속되면서 다시 부실채권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결국 정부가 단기자금시장 정상화방안을 마련함과 동시에 현실성있는 정상화방안을 세우지 못하거나 가망성이 없는 종금사에 대해서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한 종금사 임원은 『일단 정부정책 신뢰성과 단기자금 흐름을 회복한뒤 자체정상화능력이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철저히 가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한 또다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기업여신잔액을 유지하고 일반 고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연구가 철저히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금융권의 지적이다.<김준형 기자>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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