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투자… 채산성 악화… 동남아 쇼크/10월부터 급전 허덕,현대서 손떼자 “끝”한라그룹의 좌초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놓고도 쉽사리 정상경영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한라중공업에서 출발한다. 그룹의 자금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채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함으로써 그룹 전체의 부채비율이 2천%에 달했다. 그러나 경영은 이자를 감당하지도 못할 정도로 악화했다. 게다가 그룹 전체가 극심한 자금압박에 시달린 이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던 현대가 지원의 한계를 느껴 생명줄을 놓아버렸다.
한라그룹은 한라중공업과, 한라해운 등 16개 계열사에 종업원 2만1천5백25명인 재계 서열 12위 그룹이다. 그룹의 모태는 62년 현대양행이며, 77년 한라중공업 80년 만도기계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중공업그룹으로의 면모를 갖춰 나갔다.
이후 한라시멘트를 설립하는 등 계열사를 대폭 늘렸으나 80년에는 신군부의 개입으로 현대양행을 정부에 빼앗기기도 했다.
한라그룹은 80년대 중반 이후 자동차산업의 급성장에 힘입어 만도기계로 도약의 발판을 만들었으며 최근에는 한라중공업이 제2의 창업을 목표로 대규모 조선소를 건설하는 등 그룹의 본격적인 도약을 노렸다.
한라그룹은 중공업왕국을 재건한다는 목표로 전남 영암에 1백50만톤규모의 조선소를 비롯, 산업기계공장, 플랜트 설비 등을 건설하는데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95년부터 가동에 들어간 조선의 경우 수주가 좋은데도 불구하고 채산성 악화로 지난해에만 4백78억원의 적자를 냈다. 중장비나 플랜트도 최근 동남아시아 경제침체로 좀처럼 회생기미를 보이지 않아 한라중공업의 부채는 2조5천억원까지 늘어났다.
한라그룹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총부채가 6조3천2백8억원에 달해 지난해 2백29억원의 당기순이익에도 불구하고 연간 약 8천억원에 달하는 금융비용부담을 안게 됐다. 전체 부채의 절반이상이 종금사에 의존해있어 올 하반기 종금사의 자금회수와 함께 그룹전체의 자금난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에따라 한라는 지난 10월부터 매일매일 부도를 막느라 허덕이게 됐고 한라의 일부 계열사 임직원들은 아예 봉급조차 못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형제그룹인 현대그룹이 국민투자신탁이나 현대해상화재보험 등 금융기관을 통해 기업어음 매입을 포함한 각종 방법으로 지원하지 않았으면 한라는 일찌감치 문을 닫아야만 했다. 현대는 지난 1개월이상 하루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까지 지원, 한라의 인공호흡기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원도 하루이틀, 급기야 현대마저 인공호흡기를 떼고 말았다. 한라가 더이상 버틸 여력이 없게 된 것이다.
한라그룹 계열사들은 일단 법정관리나 화의에 들어간 후 계열사별로 현대그룹 등 제3자 인수나 법원 및 채권단의 관리를 받으면서 갱생의 길을 찾을 것으로 보이나 최악의 경우 기업청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라의 계획으로는 한라중공업, 한라해운 등을 현대그룹에 넘기고 만도기계, 한라시멘트 등은 최대한의 자구노력을 통해 갱생의 길을 찾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롭게 전개되고 있는 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시대를 맞아 전처럼 여의치는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이종재 기자>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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