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금/9∼10개사만 생존전망/우량사 외국계 자본서 투자·인수가능성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이 합의한 대기성차관 의향서는 모든 종합금융사에 대해 올연말까지 자구계획을 제출하고 외국인이 종금사지분을 100%까지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다른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종금업계의 향후 판도도 당초 예상과는 상당부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IMF의 요구를 받아들여 2일 9개 종금사에 대해 영업정지조치를 취하고 자구계획을 제출토록 했다. 하지만 최종 의향서에서는 영업정지된 9개 종금사 외의 나머지 종금사에 대해서도 모두 이달말까지 자구계획서를 제출토록 하고 자구계획이 승인을 얻지 못하거나 일정을 맞추지 못하면 영업정지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자구계획은 자기자본비율(자기자본/위험가중자산)을 내년 3월말까지 4%, 6월말까지 6%, 99년 6월말까지 8%로 끌어올리기 위한 자본증자 및 조직축소계획을 포함시킬 것을 규정했다. IMF는 당초 6개월이내에 자기자본비율 8%를 달성하도록 요구했었다.
또 종금사에 대해서도 일반은행과 똑같이 대손충당금을 쌓도록 함으로써 회계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이같은 방식으로 계산할때 자기자본비율 8%를 넘는 종금사는 한곳도 없는 상태지만 6개 선발종금사와 일부 후발 우량종금사는 99년말까지 8% 규정을 충족시키기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업정지된 9개 종금사를 포함, 상당수 종금사들은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달초부터 계속되고 있는 예금인출과 콜차입중단사태가 조기에 개선되지 않으면 정부의 영업정지조치가 내려지기 전에 스스로 도태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의향서는 또 종금사에 대해 외국인이 100%까지 주식을 취득할 수 있게 함으로써 순수한 외국계 종금사가 등장할 길을 열어줬다. 77년 선발종금사 설립당시 외국자본은 50%까지 허용됐으나 현재는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에 묶여 있는 상태다. 한 선발종금 임원은 『우량종금사들에 대해서는 외국금융기관들의 인수시도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종금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금융기관은 경영권방어 측면에서 주식을 매입할 가능성도 높다.
IMF가 제시한 일정에 따라 종금사 구조조정이 실시되면 이미 영업정지조치를 받은 9개 종금사를 포함, 자산건전성이 떨어지는 종금사들은 인수합병이나 영업정지를 통해 「종금사」라는 간판을 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우량종금사 가운데서도 은행이나 증권사와의 합병을 통해 투자전문은행, 대형증권사 등으로 업종을 바꿔나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외국계 자본이 투자 또는 인수한 종금사를 포함, 9∼10개 정도만이 대형종금사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는게 종금업계의 전망이다.<김준형 기자>김준형>
◎증권/은행·종금 등과 ‘짝짓기’/외국사 침탈목전 1∼2곳 빼곤 자생력 의문
「올해 반기(4∼9월) 당기순손실 3,042억원, 이 기간에 상품주식 평가손 1조236억원, 부채 21조4,540억원(9월말 현재)…」 증권업계의 최근 자화상이다.
비교적 우수한 영업실적을 쌓았던 업계 8위의 고려증권이 부도처리되면서 증권업계도 빅뱅(대폭발)을 거치지 않고는 상당수 업체가 살아남기 어렵다는 자기진단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증권업계는 요즘 고려증권과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증시침체를 예견하지 못하고 지점과 사무실을 늘리는 등 사업을 확장하는데만 열중해 경쟁력이 땅에 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 증권사 지점은 총 1,200여개. 2,700여개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의 증권업계와 비교해도 총인구, 경제규모면에서 모두 지나치게 비대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다.
이를 반영, 부채규모가 2조원에 육박하는 증권사가 나올 정도로 대다수 증권사들은 돈을 빌려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는 셈이다. 증권사에 대한 종금사의 콜자금 지원도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는 1∼2개를 빼고는 모두 자생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동반몰락 가능성이 높다』고 증권업계의 현주소를 고백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종합금융업과 막대한 자본력으로 무장한 외국증권사들이 침탈을 시작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파국을 피하기 위해서는 몸집을 줄이고 업종간, 또는 다른 업종과의 합종연횡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증권감독원 관계자는 『상당수 증권사들도 재벌계열사가 아니라면 고려증권과 같은 운명에 처할 수 밖에 없다』면서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제휴 또는 합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서도 이같은 주장에 동감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빅뱅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최소 5∼6개 증권사는 조만간 도산할 수 밖에 없다는 근거있는 분석이 나돌 정도다.
95년과 96년 각각 6,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 반기에도 7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해 허리가 휠대로 휜 증권업계가 살아남기 위해 어떤 자구책을 마련할 지 주목된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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