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년 창업후 세번째 위기/시련불구 정치권과는 거리/올초 차남에게 경영권 넘겨한라그룹이 최종부도 처리된 6일 정인영(77) 그룹 명예회장은 강원 옥계의 한라시멘트 공장을 방문, 직원들을 격려했다. 비록 부도를 냈지만 좌절하지 않고 재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휠체어의 부도옹」 「오뚝이 기업인」으로 불리는 정명예회장은 불편한 몸에도 불구, 특혜나 정치권에 기대지 않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온 사업가로 꼽힌다. 95년 비자금 사태가 재계를 강타했을때 대기업 총수중 유일하게 검찰에 소환되지 않았고 악성소문에도 시달리지 않았던 점은 그의 성품과 사업가적인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바로 아래 동생인 그는 76년 현대건설 사장을 끝으로 현대그룹을 떠나 자립의 길을 걷기 시작, 16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오늘의 한라그룹을 키워냈다.
정명예회장은 현대건설 사장으로 있던 62년에 중전기기 메이커 현대양행(현 한국중공업)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의 길로 들어섰다. 그러나 80년 신군부의 산업합리화조치로 그가 혼신의 정열을 바쳐 키운 현대양행을 빼앗기면서 혹독한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그는 시련에 굴하지 않고 현대그룹과의 특수관계를 활용하면서 왕성한 기업활동을 계속, 만도기계, 한라해운, 한라자원, 한라시멘트, 한라중공업을 잇따라 설립하며 기업을 키워왔다.
89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에도 그는 집념의 투병생활끝에 어느정도 건강을 회복, 휠체어에 의지한채 1년에 평균 200일이상 세계를 누벼 「휠체어의 부도옹」이란 별명을 얻었다. 이같은 왕성한 경영활동은 올해초 그룹을 차남인 정몽원 회장에게 넘겨준 후에도 계속됐다.
그러나 중공업 재건의 꿈을 안고 과잉투자했던 한라중공업의 경영정상화가 늦어지면서 그룹전체가 발목이 잡혀 결국 좌초했다. 이번에 세번째 위기를 맞은 그가 부도옹이란 별명에 걸맞게 또다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남대희 기자>남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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