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승객과 대화/좌석도 권하지 않고 “직장 잃을까 걱정”/원망냉담한 반응/“정부도 반성” 사죄『사실 총리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5일 국무총리실의 한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이날 아침 민심파악을 위한 고건 총리의 「지하철 나들이」에서 나타난 민심의 현장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고총리는 이날 전남 광양 컨테이너부두 준공식에 참석키 위해 김포공항까지 가는 길에 평소와 달리 지하철을 이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비서진과 함께 광화문에서 지하철 5호선에 오른 시각은 상오 7시 30분께. 출근길이 한창인 시민들과 어울리기에 안성맞춤인 시간이었다.
고총리는 일반 승객들과 함께 붐비는 객차에 올랐다. 출근시간대인 만큼 앉을 자리가 없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서 있는 고총리에게 인사를 하거나 좌석을 권하는 승객은 없었다.
고총리가 승객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밤일을 끝내고 귀가중이라는 L(64·아파트 경비원)씨에게 다가가 인사하고 경제위기 등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직선적이었다. 『위에서 먹으니까 밑에서도 다 먹지요. 나라꼴이 제대로 될 리가 없죠』 이에 고총리는 『정부도 반성하고 있다』고 사죄했다. 그리고 가장 큰 걱정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L씨는 『직장을 잃는 것』이라며 실업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이 사이 다른 승객들은 냉담했다. 고총리와 대화를 나눠보라는 비서진의 권유에도 서로 피했다. 여의도역에서 내리던 한 40대 초반의 승객은 혼잣말로 『나라를 이 꼴로 만든 사람들이구만』이라고 중얼거렸다.
고총리가 김포공항에 도착하자 공항관리공단측은 귀빈용 탑승구로 안내했다. 그러나 고총리는 이번에도 일반 승객들과 함께 줄을 섰다. 이들의 시선도 무심하기는 지하철 승객들과 마찬가지였다.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원망이 이날 고총리에게 모두 쏟아진 모습이었다.<김병찬 기자>김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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