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언론들은 앞다투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게 된 한국에 관한 기사를 싣고있다. 재벌과 관치금융으로 대표되는 정부 주도의 경제구조가 오늘의 위기상황을 낳았지만 경제기반이 건실한데다 한국인의 근면함으로 인해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내용이다.그런데 주목할 것은 이들 언론이 빼놓지 않고 지적하는 것중의 하나가 한국 정치에 대한 불신이다. 국내에서는 IMF측이 각 당의 대선후보들에게까지 각서를 요구한 것은 지나치다며 민족주의적 감정을 노출하고 있지만 이곳의 분위기는 당연하다는 것이어서 아주 대조적이다.
최근의 금융위기를 더욱 악화시키는데는 한국 정치의 후진성이 기여했고 앞으로 한국 경제가 다시 일어나느냐의 관건도 한국 정치에 달렸다는 지적들을 하고 있다.
우선 지난달 29일자 「이코노미스트」는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을 시작으로 아시아에서 금융위기의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한국의 국회는 금융개혁을 위한 법제정을 거부, 외국 투자가들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고 썼다.
2일자 워싱턴 포스트는 『한국 정부는 마지막까지도 위기에 처했음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4일자 워싱턴 타임스는 『대선을 앞둔 정치공백으로 인해 한국 정부는 위기 앞에서 올바른 판단과 행동을 하지 못했다』고 썼다. 역시 4일자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지금 한국에서는 자신의 잘못으로 빚어진 위기상황에 대한 희생양을 밖(외국)에서 찾고 있다』며 국내에서 일고 있는 반미감정을 경계했다.
미 행정부 관리나 금융계 인사들의 말은 더욱 신랄했다. 한 관리는 『서울의 한쪽에서 IMF 협상이 한창인데 다른 한쪽에서는 정당대표들이 모여 금융실명제를 후퇴하려는 합의를 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지금 외국의 투자가들이 바라는 것은 경제의 투명성인데 한국 정치는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다른 한 인사는 『대선후보중 어느 누구도 국민에게 쓴 약을 먹으라고 설득하려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미국내에도 이번에 IMF가 한국에 내건 조건들이 지나치게 가혹하고 자칫 한국 경제를 장기침체에 빠뜨릴 수 있는 것이라고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지난 3일자 워싱턴포스트가 『이미 사회불안과 내셔널리즘의 씨앗은 뿌려졌고 지금의 경제위기는 정치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듯이 한국의 정치가 「상한 자존심」만 쓸어내릴게 아니라 경제를 회복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했으면 싶다.<워싱턴>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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