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케이블TV “바겐세일중… 쇼핑 적기” 보도/미 금융권 ‘빅4’ 등 한국공략 채비/시체처리 의미 ‘벌처 펀드’도 가세미 경제전문 케이블 TV인 CNBC는 4일(현지시간) 「아시아에 은행 하나 갖기를 원합니까」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금융 위기로 달러 가치가 치솟은 아시아의 기업 및 금융기관을 「쇼핑」하기에 적기라고 지적했다.
이 방송은 아직 한국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합의로 외국인의 인수가 허용됨에 따라 우리도 곧 이들의 「바겐 세일」리스트에 오르게 됐다. 특히 IMF 구조개편 요구의 주 타깃이던 한국의 금융기관들은 눈독의 대상이다.
이미 뉴욕을 중심으로 한 외국자본들은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죽어가는 짐승이나 시체에 달려 들어 깨끗이 먹어 치운다는 의미에서 이른바 「벌처(콘도르 등 맹금류) 펀드(Vulture Fund)」로 불리는 자본이다.
월스트리트의 점잖은 금융기관들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내 자산규모면에서 「빅4」중 하나인 JP 모건은행을 필두로 네이션스 뱅크, 유나이티드 어셋 매니지먼트 등이 취약한 국내 금융기관 인수 공략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는 크레디트 스위스 그룹, 독일의 콤메즈 방크 AG사 등 「다국적」 자본도 가세해 있다.
금융관계자들에 따르면 미 은행중 수위를 다투는 규모로 국내에 이미 진출해 있는 체이스은행 등은 지분 상향 조정으로 소유권 인수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80년대 실적 부진을 이유로 국내에서 철수했던 모건은행은 적대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재입성하기 위해 1주일전부터 준비팀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되는 사항은 모건 등이 준비에 나선 시점과 IMF가 한국에 대한 실사에 들어간 시기가 일치한다는 점이다. 국내금융관계자들은 한국 금융개방을 둘러싸고 IMF와 월스트리트간에 사전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았느냐는 의문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한편 외국자본의 공략의 대상이 된 한국계 은행들은 침통함 일색이다. 감독기관인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주은행국(SBD)의 요원이 1일부터 점령군처럼 상주하며 자금수급 상황을 일일이 감사하고 있다. 감사는 예정시한인 3일을 넘기며 계속된다.
이에 앞서 FRB는 한국계 은행들에 대해 3월부터 주단위로 받던 자금동향을 일일보고하라고 명령했다. 한국 금융기관의 구조개편이 미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총자산 비율을 105% 이상 유지하도록 하면서 특히 유동성 관계를 면밀히 훑고 있다.
이들의 기본적인 태도는 『한국인은 모두 못 믿겠다』는 것이라고 E은행의 한 인사는 지적했다. 이때문에 일부 은행에서는 서로가 얼굴을 붉히는 경우도 종종 빚어진다. 엇갈리는 뉴욕의 세모 풍경이다.<뉴욕=윤석민 특파원>뉴욕=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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