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기가 뼛속까지 스미는 IMF한파속에서도 호황을 누리는 곳이 있다. 바로 대선정치판의 인력시장이다. 그곳이 마치 젖과 꿀이 흐르는 낙원이라도 되는 듯 정당마다 입당 러시가 줄줄이 이어진다.대선정치판은 이상한 주술을 지녔다. 국민의 심판을 받아 도태됐거나 정치적으로 사망선고를 받은 인사들에게 새로이 생명을 불어 넣는다. 당장이 급한 대선후보들은 그들의 과거야 어찌됐든 우선 한 사람이라도 늘려 놓고 보자며 아무나 끌어 들인다. 그 바람에 국민들은 지금 관뚜껑을 열고 나온 정치적 「강시」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있다. 이는 「경쟁력있고 능력있는 자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자 도태돼라」는 「IMF신탁통치시대」의 철칙에 반한다. 깨끗하고 돈 덜쓰고 생산성 높은 방향으로 개혁해야 하는 정치판의 구조 재조정작업에도 역행하는 일이기도 하다.
물론 대선정치판의 인력 특수는 12월18일까지로 한정된 일시적인 현상이고 정치판이 본래 그런 곳이니 크게 신경쓸 게 없지 않느냐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 입당 러시대열에 대선 회오리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야 할 지방자치 단체장들까지 다수 끼어들고 있다는데는 적잖은 문제가 있다.
중앙정치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치단체 행정에 전념하겠다는 등의 가상한 이유로 정당선택을 유보해왔거나 자신을 공천해준 정당을 탈당했던 단체장들. 그들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 줄줄이 정당의 품안으로 투항해 들어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선 정치판에 뛰어든 어느 단체장은 『나무는 가만히 있고 싶은데 바람이 그냥 놔두질 않는다』고 말했다. 건곤일척의 싸움을 벌이는 대선주자들이 그 단체장의 말처럼 그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 탓도 물론 있다.
하지만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6개월앞으로 다가온 지자제선거에서의 재선이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어느 쪽으로 가야 재선에 유리한가, 어떻게 해야 가장 확실하게 공천을 보장받을 수 있는가. 그들이 입당의 변을 어떻게 치장하든 그 행간에는 그러한 고려와 거래가 숨어있음을 부인키 어렵다.
자신을 뽑아준 주민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단체장의 정당선택에 대해 일부 주민들은 「배반」이라며 분통을 터뜨린다. 그러나 그런 분통만으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다음 선거까지 그들의 배반을 기억하는 것이 유일한 심판의 방법이다. 그가 주민을 위해 일을 잘했는지, 주민들이 IMF한파에 떨고 있는데 정치판만 기웃거리며 주민들의 절박한 사정을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앞으로 그가 무한 경쟁체제속에서 자치단체를 이끌어갈 능력이 있는지, 이런 것들을 따져 투표하자. 그것이 IMF신탁통치 치욕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단체장을 갖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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