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50년간 일본을 지탱해 온 경제 사회 시스템이 현재 내외의 환경변화에 의해 심각한 한계를 노출하고 있습니다. 21세기에 알맞는 경제사회 구조의 재구축을 위해 정부 스스로가 행정개혁에 착수하지 않으면 안됩니다』지난해 11월 제2차 내각을 출범시킨 하시모토 류타로(교본룡태랑) 일본총리는 취임 첫날 행정개혁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을 천명했었다. 그리고 지난 3일 그는 드디어 최종안을 만들어 냈다.
일본 개혁의 청사진이 될 최종안은 대장성의 금융·재정 분리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년 1월까지 유보하는 등 「최종안」답지 않은 면도 없지 않지만 획기적인 개혁 내용을 담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정부조직을 현재 22개 성청에서 1부 12개 성청으로 축소하고 향후 10년간 국가공무원을 최소한 10% 감축하는 등 변화를 위한 일본정부의 필사적인 몸부림이 담겨있다.
그런데 일본의 개혁 과정을 지켜보면서 한가지 절실히 느낀 점이 있다. 개혁이란 어느 나라에서나 참 어렵다는 것이다. 모든 구성원이 개혁은 필요하다고 외치지만 막상 이야기가 진전되면 반대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자기에게 피해가 가는 개혁은 「노(NO)」라고 말하는 이기적인 개인과 집단이 언제나 돌출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개혁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성청 조직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얽힌 관료와 정치가들의 저항은 「살벌」할 정도였다. 우편 우편저금 간이보험 등 우정 3사업의 민영화안은 결국 이들의 반발로 막판에 좌절됐다. 이번에 탄생한 하시모토 개혁의 청사진에 대해 다양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이같은 우여곡절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일본의 개혁에 대한 열정과 의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그 성패는 아무도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가파산」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게된 한국. 최근까지 우리나라도 목청껏 개혁을 외쳤다. 「일본판 빅뱅(금융구조개혁)」을 그대로 본딴 「한국판 빅뱅」을 추진하기도 했다. 다양한 이름의 개혁을 추진하면서 개혁이 안되면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었다. 그러나 입으로만 외친 개혁의 결과는 경제주권 상실로 돌아왔다. 돌아보면 우리의 개혁 주체들은 상상외로 무능하고 나약했다. 반면 이기적인 개인과 집단은 일본의 그들보다도 훨씬 강하고 집요했던 것 같다. IMF는 현재 우리에게 강제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기분이 매우 상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동안 경험한 자발적인 개혁의 어려움을 생각한다면 「IMF 개혁」은 우리에게 국가 백년대계를 다시 세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도쿄>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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