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이번 대선에 참가하는 방법으로 선택했던 특정 대선후보와의 정책연합을 포기했다. 3일 열린 노총 중앙정치위원회에서 산별연맹위원장과 지역본부의장들은 난상토론 끝에 지지후보와 정당을 선정하지 않기로 했다.대선구도가 지역대결 구도로 굳어진 마당에 노총이 대선후보중 하나를 지지할 경우 산하조직의 분열이 우려된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이다. 그러나 섣불리 선택한 지지후보가 낙선할 경우 입게될 타격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후보간 우열이 뚜렷했던 대선 초반전 야당후보와 정책연합을 할 수도 있다고 공언해온 점으로 미뤄본다면 결국 누가 당선될지 모를 정도로 혼미한 대선정국이 노총을 진퇴유곡의 궁지로 몰아넣은 셈이다.
당초 노총이 정책연합을 하겠다고 한 명분은 지난해 말과 연초 노동법 파동에 따른 총파업으로 노동운동이 한껏 고양된 상황에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통해 노동자의 입지를 높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책연합 포기로 노총의 이런 의도는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노총과 함께 노동계를 양분하고 있는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방법으로 노동자정당 건설을 선택했다. 민주노총은 이를 위해 위원장을 대선후보로 출마시키고 집행부 대부분을 투입, 한창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중이다. 선거가 끝나면 대선조직을 토대로 노동자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대 노동단체의 이런 활동은 국제통화기금(IMF) 긴급자금지원을 계기로 더욱 악화하고 있는 노동자의 처지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 결과가 돼버렸다. 대기업들의 대량감원 발표가 잇따르고, 재계가 정리해고 조기실시등의 주장으로 노동자를 압박하고 있지만 양대 노총은 성명서나 발표할 뿐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양대노총은 「노동자의 정치적 위상강화」라는 먼 목표보다 발등의 불이 된 「노동자의 권익 확보」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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