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상과정에서 부실 시중은행의 합병가능성이 불거지면서 기본적 경쟁원칙조차 지키지 않는 「제살깍아 먹기」식 저질 마타도어가 금융권에 난무하고 있다.4일 금융계에 따르면 「정부가 550억달러를 빌려오는 조건으로 은행산업 구조조정을 약속했으며 이에 따라 대형 시중은행중 1∼2곳이 합병될 것」이라는 루머가 금융권에 퍼지고 있는 것을 이용, 일부 대형시중은행의 경우 은행장이 직접 일선 점포장에게 부실은행으로 지목되고 있는 은행의 고객을 유치하라고 지시하는 등 무차별적 흑색선전이 벌어지고 있다.
악성루머에 시달리고 있는 A은행 노조관계자는 『최근 경쟁은행의 모행장이 부지점장들을 모아놓고 「A은행과 B은행이 곧 망할테니 이들 은행의 우량고객리스트를 확보, 고객유치에 최선을 다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이같은 사실을 입증할 구체적 자료의 확보에 나섰으며 법적대응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괴소문에 시달리기는 A은행과 함께 합병대상 은행으로 지목된 B은행도 마찬가지. B은행 노조는 4일 도금고 유치를 놓고 경쟁관계에 있는 지방 은행의 간부가 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B은행의 경우 부실이 많고 흡수·합병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 사실을 밝혀내고 이를 은감원에 공식통보하는 한편 해당은행에 해명을 요구했다.
이같은 악성루머는 다른 금융권까지 번져 일부 보험사의 경우 합병은행으로 거명되고 있는 은행과의 거래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화재보험회사는 최근 각 지점에 긴급공문을 발송, 보험설계사와 지점들이 합병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진 3개은행의 계좌사용을 중지토록 지시했다.
한편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같은 마타도어에 대해 국내은행들이 무덤을 파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현재 대형시중은행의 경우 주가가 2,000원도 안되기 때문에 3억달러면 외국자본의 시중은행 인수가 가능하다』며 『함께 힘을 모아야 할때 내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조철환 기자>조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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