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 세차례 무산… 대선후보 각서제출… 주권포기도 ‘구걸의 연속’IMF의 구제금융을 받기까지 지난 13일간의 협상은 국치의 현장 그 자체였다. 경제주권을 포기하는 것도 서러운 마당에 주권포기과정은 그야말로 「살려달라」는 구걸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총재의 「퇴짜」에 국무회의가 3차례 무산되고 대선후보들까지 「경영권포기각서」를 제출하는 대목에서 국민들은 약소국의 비애를 넘어 처참함까지 느꼈다.
지난달 21일 임창열 경제부총리의 IMF 긴급자금지원요청으로 시작된 IMF협상은 초반에는 순항을 하는 듯했다. 곧이어 입국한 IMF실무협의단은 22일부터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을 방문해 실사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26일부터 휴버트 나이스 단장을 비롯한 본진이 5개팀으로 나누어 협의에 들어가면서 협상은 급진전하기 시작해 협의착수 일주일만인 지난달 29일 한국정부와 IMF실무협의단간에 기본적인 합의를 도출했다. 실무협의일정을 당초 2∼3주로 잡았던 탓에 일부 재경원 관계자들은 『너무 잘 나가 오히려 겁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일요일인 지난달 30일부터 급진전하던 협상에 급제동이 걸렸다. 미셸 캉드쉬 IMF총재가 잠정타결안을 「비토」하고 재협상을 지시한 것.
여기에는 미국이 한국정부와 IMF실무협의단의 잠정타결안에 이의를 제기하며 추가요구안을 제시하는 등 「IMF대주주」로서 「주주권」을 행사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함께 은밀히 입국, 협상을 지원하던 데이비드 립튼 부차관보가 이끄는 미국 재무부 관리들도 회담지연에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바람에 30일 하오 3시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합의안을 심의·확정한뒤 하오 5시께 정식발표하려던 정부의 계획은 무산됐다. 어쨌든 캉드쉬의 「거절」로 대통령 주재 임시국무회의가 무산되고 하루전 「협상이 타결됐다」고 발표했던 임창열 부총리가 「망신」을 당하는 등 경제주권 상실이후 실추된 한국의 위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3일 동안 매일 밤마다 「협상이 사실상 타결이 됐다」고 자신들의 희망사항을 마치 사실인것처럼 발표했다가 다음날 아침에는 「미해결 쟁점이 있어 지연되고 있다」고 번복하는 등 「무능」과 「추태」로 일관했다.
이즈음 경제는 금리가 폭등하고 주가가 폭락하는 등 거의 「사망」일보직전 상태로 악화하고 있었다. 특히 외환보유고는 지난달 21일 IMF에 긴급지원자금을 신청한이후 「입금」은 전무한 가운데 「출금」이 늘어나 300억달러에서 100억달러이하로 뚝 떨어졌고 대외지급불능, 즉 국가부도가 코앞의 상황으로 현실화하고 있었다. 3일상오 마침내 캉드쉬 총재가 입국했으나 난산에 난산을 거듭한 끝에야 13일간의 피말리는 협상이 막을 내렸다.<김경철 기자>김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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