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후조정 탁월 정통군인총리가 대법원장 및 대통령과 맞서면서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던 파키스탄 정국이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한 데는 「해결사」 제한지르 카라마트 군참모총장의 역할이 돋보였다.
그는 고비때마다 양쪽과 막후접촉, 「쿠데타」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면서 정치인보다도 더 뛰어난 협상술을 발휘해 국민의 찬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 중순께 나와즈 샤리프 총리와 사자드 샤 대법원장은 「마주보고 달리는」기관차였다. 샤리프 총리는 의회에서 대법원장의 편을 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를 진행하고 샤 대법원장은 총리에게 법정모독죄를 적용하려 했다.
사태를 관망하던 카라마트 총장은 단호한 어조로 한발씩 양보하도록 요구했다. 군이 나서는 불행한 결과를 막아달라는 「엄포성」요청도 곁들였다. 또 정치에 관여하게 된 이유를 국민에게 소상히 알려 민심도 얻는 노련한 면모를 보였다. 『극렬한 정쟁이 회복할 수 없는 위기로 치닫는 것을 잠시 중단시켜야겠다는 충정에서 개입하게 됐다』는 대국민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총리지지자들의 대법원난입 등으로 다시 파국을 맞게되자 중재자를 넘어 「조용한 해결사」로 나섰다. 지난달 30일 군지휘관회의를 열어 군심을 모은 뒤 1일과 2일 잇따라 대통령을 만나 사임을 촉구했다.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총리를 지원사격하는 게 난국해결의 지름길이라고 판단한 듯 하다.
물론 그의 이런 행보는 47년 독립한 후 50년동안 선거로 뽑힌 정부가 쿠데타로 3번이나 전복된 파키스탄의 역사가 배경에 있다. 정통 군인인 카라마트 총장은 80년대 들어 정치 불개입으로 국민의 신임을 받고있는 군부의 이미지를 더럽히지 않으면서 정국안정의 균형추 역할을 한 것이다. 육군대학을 졸업하고 61년 기갑사단에서 군생활을 시작한 그는 65년과 71년 인도―파키스탄 전쟁에 두차례 참가했으며 국방대학교수, 군작전사령관 등을 역임했다.<박진용 기자>박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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