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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원 ‘남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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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원 ‘남한강’

입력
1997.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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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쪽 장편불구 단한개 외래어도 사용안해 눈길강승원(59)씨의 소설 「남한강」(전 3권·소담 발행)은 70만 자로 이루어진 1,000 쪽 가까운 분량의 장편이지만 단 한 개의 외래어도 사용하지 않은 점이 우선 눈에 띈다. 작가의 고집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할 수 없는 일은 아니었다』

「남한강」은 19세기 말 개화기 이후 오늘까지 한국사의 흐름을 누리는 자와 빼앗긴 자의 대비를 통해 그린다. 소설은 심야 조간신문의 편집국에 전직 법무장관 이준기의 피살소식이 날아들면서 시작된다. 충북 제천 거문돌 마을의 친일지주를 아버지로 두었던 그는 일제하에서는 변호사로, 5·16 이후에는 공안검사로 권력의 길을 질주해온 인물. 한편에는 그와 극적으로 대비되는 인생의 조남북이 있다. 소작인의 아들인 그는 일제하 철도파업 주동자, 한국전쟁 당시 부역자, 전쟁 후에는 미전향 장기수로 40여년을 복역한 인물이다. 권력은 전직 법무장관의 피살을 단순강도 사건으로 위장하려 하지만 결국 그는 집안 하녀에게서 낳은 자신의 사생아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밝혀진다.

작가는 이 구도 속에 우리 근대사 100여년에서 유민처럼 이름없이 살다 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반추하려 한다. 작가는 그런 내용에 맞춰 잊혀져가는 방언 등 끈끈한 토속어의 맛을 십분 살렸다.<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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