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큰 정부·방만한 기업이 거품 근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큰 정부·방만한 기업이 거품 근원

입력
1997.12.03 00:00
0 0

◎큰 정부­인구 1,000명당 공무원수 10년새 16명서 30명으로·299명인 국회의원수도 미·일과 비교하면 많아/방만한 기업­전체 종업원중 임원비율 미 동종기업의 최대 100배·문어발식 덩치불리기 근시안 과잉투자 부실자초현재의 난국은 국민 개개인의 탓보다는 효율적인 「거품 빼기」에 실패한 정부와 기업의 책임이 더 크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인적자원의 방만한 운용, 정치논리에 의한 재정 운영, 전문화로 이뤄낸 내실보다는 빚을 얻어서라도 외양을 불리는 잘못된 기업관행 등이 나라를 이지경으로 만든 주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조직의 양적 팽창은 경제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늘 지적받아 온 문제점이다. 거품경제가 시작되기 전인 86년 인구 1,000명당 16.8명이던 공무원비율이 95년에는 오히려 30.2명으로 두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 대표적인 예. 86년 전체의 0.2%에 불과했던 간부급 공무원 비율도 10년만에 1.3%로 대폭 늘었다. 전체적인 규모가 팽창하는 추세에다 관료화하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작은 정부에 대한 약속이 깨지면서 재정규모 등 공공비용 증가는 물론 사회·경제적 규제가 강화돼 기업 등이 느끼는 규제 체감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정치권의 비효율성은 국회의원 숫자에서 잘 나타난다. 현재 우리 국회의원 숫자는 299명으로 인구 15만명당 1명꼴. 인구 24만명당 1명꼴인 일본이나 43만명당 1명꼴인 미국과 비교하면 거품임이 분명하다. 세비나 정당지원금 등 정치자금이 모두 국민의 조세부담으로 충당되기 때문에 비대해진 정치권은 경제회생의 커다란 걸림돌이 된다.

인력관리에 실패한 것은 기업도 마찬가지. 전체 종업원 가운데 임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자유기업센터가 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대기업의 경우 임원비율이 미국 동종기업보다 최대 100배 이상 많았다. 실제 국내 3대 자동차 업체의 임원비율은 전체의 0.15∼0.23%로 0.002%에 불과한 미국 GM사의 100배, 0.02%인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10배 수준이었다. 국내 3대 전자 업체의 임원비율도 0.19∼0.23%로 미국 GE사(0.02%)의 10배, 일본 미쓰비시전자(0.01%)의 20배나 됐다. 보고서는 『임원 1인당 연간유지비용은 연봉과 판공비 등 기초경비만 따져도 1억∼1억5,000만원 수준』이라며 『비효율적인 조직체계가 경쟁력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문어발식으로 업종을 확장하는 덩치불리기식 경영도 기업 거품을 만들어낸 대표적인 원인 중의 하나다. 역량도 없으면서 틈만 나면 신규사업 진출과 외형 확장에 나서는 방만한 경영이 기업의 체질을 허약하게 했다. 건설로 큰 회사가 유통에 뛰어들거나 무작정 백화점 지점을 늘리는 식의 비효율적인 거품 경영이 경제난을 불렀다는 것이다.

호황때 장기수요를 예측하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설비와 인원에 과잉투자한 기업들도 곤란을 겪고 있다. 93, 94년 호황때 대규모 설비투자를 실시한 기업들이 시설가동을 멈출 수 없어 재고를 계속 만들어 내 지난해 재고증가액은 전년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현재 임직원 감축과 경비절감을 외치며 근로자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기업의 경우 장기전망에 실패한 경영진에게 우선적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이상연 기자>

◎일본경제 아직도 버블후유증/80년대말 끝없이 치솟던 부동산신화 붕괴가 발단/뼈깎는 구조조정 불구 상처 완전히 치유못해

세계를 제패할 것처럼 정상을 향해 치솟던 일본 경제는 90년대 들어 「버블(거품)」 경기가 무너지면서 갑자기 추락하기 시작했다. 일본 경제기획청은 지난 7월 『버블 경제 후유증이 거의 정리됐다』고 밝혔지만, 아직 완전히 재기하지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본 경제의 신화에 치명타를 입힌 「버블」은 무엇이고, 일본은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가.

일본 거품 경기의 발단은 80년대 후반에 천정부지로 치솟은 땅값이었다. 무역흑자로 풍부해진 국내 투기 자금이 건실한 투자 대신 부동산으로 몰리기 시작한 것. 이때 형성된 부동산 자산에 대한 무리한 고평가가 버블의 시작이었다. 부동산을 담보로 한 금융기관의 무분별한 여신이 잇따르자 정부는 90년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불안을 느낀 투기성 부동산의 매물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지가는 순식간에 하락세로 급전했다.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기 시작한 것이다.

버블의 붕괴는 일본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가져왔다. 고지가 신화가 허물어지면서 주가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부동산을 담보로 마구 대출해준 금융기관의 파탄이 잇따랐다. 경기가 위축되면서 도산하는 기업이 속출했다.

개인도 막대한 손실을 입기는 마찬가지였다. 부동산을 담보로 한 여신을 변제하기 위해 신용대출을 거듭하다가 파산에 이르는 사람이 늘어났다. 소비가 위축되자 유통, 서비스업계도 극심한 매출 감소에 직면했다.

정부와 기업은 대대적인 구조조정(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과 개혁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치명상을 입은 금융 부문의 위기는 정부가 해결에 나섰다. 파산지경에 처한 금융기관은 청산되거나 통폐합됐다.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금융감독시스템 마련 등 금융부문 전반적으로 개혁이 진행됐다. 이때 일본 정부가 내놓은 불량금융기관에 대한 부실대출 정리책은 아직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다.

종신고용, 연공서열, 확대일변도 등 전통적인 일본식 경영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이 이루어진 것도 이때. 채산성없는 사업을 정리하고 불필요한 영업비용을 축소하는 등의 조치가 기업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인원을 감축하거나 신입사원의 채용을 미루는 기업도 많아졌다. 과감한 성과급 임금방식이 도입됐다. 경쟁력을 되살리는 길은 「고효율」 경영밖에 없었다.

뼈를 깎는 듯한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일본 경제는 아직 버블의 상처를 완전히 치유하지 못했다. 우리나라만큼 심각하지는 않아도 최근 비틀거리고 있는 일본 경제의 위기상황도 결국은 거품 경기에서 시작됐다는 진단이다.<김경화 기자>

◎전문가 진단/박승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월급만 깎여도 다행인 그런 시대가 왔다

식구는 많고 먹을 것은 없는, 그래서 식구들을 먹여 살리고 내집을 마련하는 것을 소망으로 하는 어떤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사람이 불철주야로 일하고 저축해서 그 소망을 이루었다고 치자. 그런데 이 소망이 겨우 성취되자마자 향락과 낭비로 방탕하여 파산지경에 이르렀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이것이 오늘날 우리 모습이다. 우리의 창업세대들은 지난 반세기동안 피나는 노력으로 경제 건설에 성공했다. 1인당 소득 1만달러를 자축했고 선진국이 된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까지 가입했다. 우리 모두 개발 모범국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오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 나라가 부도 위기에 몰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까지 받게 되었다니 어찌된 일인가. 무엇이 이 나라를 이 꼴로 만든 것인가.

그 책임이 우리들 스스로에 있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우리는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것이다. 좀더 축적해야 할 시기에 빼먹는데 열중해 버렸다. 지난 10년동안 미국 일본 등은 임금을 30% 올렸는데 우리는 240%나 올렸다.

3D업종에서는 일하기를 기피했고 놀고 쉬고 즐기는 데 여념이 없었다.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 비해서 노동생산성은 우리가 3분의 1인데, 다시 말해 그 나라 사람 한 명이 우리나라 사람 세 명 몫의 일을 하고 있는데, 월급은 같은 수준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제경쟁에서 뭘 해도 수지가 맞지 않을 것은 뻔한 일이다. 그래서 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지고 불황이 깊어지는 것이다. 벌지는 않고 쓰는 것만 늘고 있으니 적자 살림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경상수지는 적자가 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외환위기가 오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환율은 치솟고 주가는 폭락하고 금리는 폭등하고 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이 모두 부도 위기에 쫓겨 대외신용을 잃고 부도막기에 급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융기관은 대출은 중단하고 자금은 회수하고 주식은 내다팔아 현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렇게 되니 기업들도 줄줄이 도산위기로 몰려 기업들이 인원을 정리하고 기구를 감축하는 감량 조치를 서두르는 한편 현금마련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그래서 바야흐로 자금난과 해고의 대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 여파는 그대로 우리들 가정의 안방으로 찾아들고 있다. 임금 삭감으로 인한 소득 감소와 실직사태가 지금부터 본격화할 것이다. 가정에서는 생활수준을 어떻게 깎아 내릴 것인가 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실질생활에 영향을 덜 미치는 사치성 지출부터 과감히 줄여야 할 것이다.

월급이 깎여 생활규모를 줄이는 것이 그나마 실직보다는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 시대가 온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