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지 12월8일자국제통화기금(IMF) 조사단이 지난주 서울에 도착,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한국의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활동에 나섰다. 한국 정부는 불과 몇주전만해도 한국이 IMF에 긴급구조를 요청할 계획이라는 외신보도는 터무니없는 모략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인 한국의 운명은 이제 워싱턴에서 파견된 몇몇 테크노크라트들의 랩탑 컴퓨터에 맡겨진 게 현실이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금융위기는 일본을 거쳐 미국에까지 영향을 미칠 태세다. 때문에 IMF의 구조활동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는 한국만이 아닌 국제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IMF의 긴급구제금융은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엄청난 고통을 강요한다. 그러나 그동안 이익 집단의 눈치를 살피느라 미적댔던 경제 개혁의 칼날을 들이댈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 긍정적 측면도 있다.
태국과 한국 등 IMF에 지원을 요청한 나라는 한결같이 과거의 「과오」를 인정했다. 은행 등 금융권의 방만하고 무원칙한 경영이 과오중에서 으뜸을 차지한다. IMF는 「상아탑 분석」차원이 아닌 그야말로 맨발로 뛰는 현장조사에 중점을 둔다. 또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수술도 불사할만큼 가혹하다.
IMF 지원요청은 경제주권의 상실을 의미한다. 아직도 생생한 식민시대의 고통이 떠오를 수 있다. IMF가 제시하는 조건은 우선 빈민층과 노동계급에 영향을 준다. 긴축재정은 증세와 사회보장제도의 축소를 낳고 국영기업의 민영화는 실업사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당연히 거센 저항이 예상된다. 태국은 유류세 인상을 발표한지 사흘만에 폭동을 우려, 이를 취소했다. 베네수엘라와 요르단은 IMF의 요구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식량과 석유에 대한 보조금을 중단한 뒤 한동안 소요사태에 시달렸다. 때문에 IMF 수혜국은 국민이 거리로 뛰쳐나오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을 세워놓아야 한다.
경제 엘리트들도 피해를 보긴 마찬가지다. 한국 등 아시아 금융위기는 「연줄(Crony) 자본주의」가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규정이나 원칙에 앞서 연줄만 있으면 엄청난 돈을 대출받는 게 관행이었다. 기업들은 이렇게 대출받은 돈을 부동산 등에 투자했다. IMF는 이런 관행을 수술의 제1차 대상으로 꼽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도 아시아 경제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밀실거래」 등이 판치는 이 지역의 고질적 금융관행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아무튼 IMF의 구조활동은 성공할 수 있을까? 대다수 전문가들은 멕시코 등의 예를 들면서 「예스」라고 말한다. 그러나 일부는 『멕시코와 한국의 경제상황은 다르기 때문에 멕시코에 투약한 약이 한국에서도 효력을 발휘한다는 보장은 없다』면서 신중론을 펴고 있다.
IMF는 한국의 지금 상황보다 심각했던 63년의 미국 경제위기에 개입, 성공하는 등 환자치료의 노하우를 길러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성공의 열쇠는 경제관료와 기업 그리고 노동자가 서로 밥그릇 싸움을 벌여온 낡은 구조를 혁파할 만큼 강력한 정치 지도자들이 존재하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정리=이종수 기자>정리=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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