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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드쉬 “NO” 급반전/IMF시대­협상 우여곡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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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드쉬 “NO” 급반전/IMF시대­협상 우여곡절

입력
1997.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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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협상 마무리… 상오 결과발표”­1일 새벽/캉드쉬 “부실 금융기관 정리” 주문­1일 상오/재협상 돌입 “구조조정 감수” 선회­1일 하오/4자회동 협의 거듭 사실상 “마침표”­2일 새벽임창렬 경제부총리의 국제통화기금(IMF) 협상타결 발표가 미셸 캉드시 IMF총재에 의해 즉각 「비토」된 것은 경제주권을 상실한 한국의 현 위상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한국정부의 협상력 부재와 친구도 적도 없다는 국제사회의 냉엄한 자세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사건이기도 하다.

○…1일 새벽 0시30분, IMF측과 협의를 마친 우리 정부 대표들은 「IMF와의 협상이 사실상 완전타결됐다」며 안도의 한숨의 내쉬었다. 협상을 진두지위한 임창렬 경제부총리는 『양측이 최대한 의견을 조율해 실무자간 협상이 마무리 됐다. 국민들의 관심이 많은 만큼 미셸 캉드시 IMF총재와의 조율을 거쳐 1일 상오에 그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당시 임부총리는 협상에서 타결짓지 못한 일부 쟁점사항을 과거 IMF 파견근무시절 사귄 캉드시 총재와의 「통보성」 전화협의를 거쳐 마무리 짓고 곧바로 국무회의를 거쳐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던 것이다.

○…그러나 10시간 뒤인 1일 상오 10시30분. 상황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급선회했다. 과천청사 대신 서울 세종로 정부 제1청사의 경제부총리 집무실로 출근한 임부총리는 1일 상오 말레이시아 「아세안+6개국 재무장관회의」에 참석중인 캉드시 IMF총재와의 전화통화에는 성공했다.

영어로 진행된 당시 전화통화에서 캉드시 총재가 금융기관의 정리방안 등에 이견을 보였고 결국 캉드시 총재는 완곡하지만 단호하게 거부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통과의례쯤으로 예상됐던 잠정타결안에 대한 「전화담판」이 단칼에 거부된 것이다. 이 바람에 낮 12시30분으로 예정했던 비공식 기자브리핑이 자연무산됐고 하오 3시에 긴급국무회의를 거쳐 하오 5시께 공식발표하려던 일정도 연기됐다. 임부총리는 1차 전화통화 실패이후 여러차례 캉드시 총재와 전화통화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오 1시30쯤, 재경원측은 문의가 빗발치자 『실무선에는 이미 타결이 됐다. 막판 조율이 지연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즈음 IMF와의 합의안에 대한 긴급심의를 위한 비상국무회의에 참석하려고 대기상태에 돌입했던 국무위원들은 예정된 시간이 다되가는데도 연락이 없자 의아해 하기 시작했다.

○…한편 이같은 상황변화는 한국보다 말레이시아쪽에서 먼저 감지됐다.

이날 아침 말레이시아의 콸라룸푸르에 도착한 캉드시 총재가 한국정부와 IMF가 합의했다는 소식과 관련, 『우리는 아직 합의하지 않았다. 협상이 이번주안에 끝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합의사실을 전면부인했다. 캉드시 총재는 한 걸음 더나아가 『IMF의 요구사항들이 한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IMF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마땅하다』며 강경한 자세를 시사했다. 이같은 내용은 하오 2시께 외신보도를 타고 국내에도 타전됐다.

사실 캉드시 총재는 임부총리와의 전화통화에 앞서 한휴버트 나이스 IMF실무협의단장으로부터 잠정합의안에 대해 보고를 받고 합의안한의 수정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오 8시. IMF실무협의단이 묶고 있는 서울 힐튼호텔에 임부총리가 도착, 정부와 IMF가 재협상에 들어갔다. 한국이 긴급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태국이나 인도네시아에 버금가는 강도높은 경제구조조정을 감수해야 한다는 IMF의 「당당한」 태도에 끌려가는 입장이 된 것이다. 2일 새벽 0시30분 이경식 한국은행총재, 2시간 뒤 김영섭 청와대 경제수석이 잇따라 도착, 나이스 단장과 4자회동이 이뤄졌다. 이에앞서 「아세안+6개국」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한 강만수 재경원차관은 캉드시 총재와 2차례 만나 IMF 지원자금 규모 등을 놓고 협의를 벌였다. 강차관은 『1∼2개 조항을 제외하고는 최종결론에 도달해 오늘밤 합의에 이를 것 같다』고 언급, 최종타결을 시사했다. 정부가 IMF에 SOS를 친 이후 외화가 사실상 한푼도 들어오지 않아 국가부도 위기에 몰리는 바람에 협상력을 거의 상실한 상태에서 이뤄진 굴욕적 협상이 사실상 막을 내린 것이다.<김경철 기자>

◎협상 일지

◆11월19일 강경식 경제팀 경질

임창렬 신임경제부총리, 금융시장안정대책 발표

◆11월21일 정부, IMF 구제금융 정식요청

◆11월23일 IMF실무단 1진 도착, 정부 IMF협의단 편성

◆11월24일 금융부분 본격 협상 착수

◆11월25일 IMF협의단 금융기관 부실상태 집중조사

◆11월26일 휴버트 나이스 IMF실무협의단장 도착

◆11월27일 부총리­나이스단장 협의, 조기타결원칙 합의

◆11월28일 임부총리, 미쓰즈카 일본 대장성장관 방문

◆11월29∼30일 임부총리­나이스단장 본격 협상

◆12월1일 0시30분 임부총리 『IMF 협상 마무리됐다』고 발표

하오 캉드쉬 IMF총재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고 공표

하오8시 임부총리 재협상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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