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투자실종·대량실업사태 고통 감내해야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3%내외, 시중금리수준을 18∼20%로 유지하는데 합의했다. 3%대 경제성장은 80년(마이너스 2.7%)을 제외하고 70년대이후 30여년동안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초저성장·내핍경제」를 의미한다. 30여년동안 평균 8∼10%이상 고속으로 질주하던 우리 경제는 이제 갑자기 3%로 주저앉으면서 엄청난 실속쇼크를 감내해야 한다.
정부는 당장 성장률을 3%로 낮추기위해서 시중 돈줄의 고삐를 죄어 통화량을 대폭 줄여야한다. 이에따라 기업들은 돈을 구할 수 없어 신규투자나 투자확대를 꿈꿀 수 없게되는 것은 물론 현재 진행중인 사업도 상당부분 중지해야한다. 성장률이 3%로 유지될 경우 설비투자증가율은 마이너스 6%, 건설투자증가율은 마이너스 8%로 떨어질 전망이다.
기업들의 투자실종은 정리해고를 통한 실업자의 대량 양산을 초래, 「저성장·고실업·고금리·고물가」라는 전대미문의 경제상황이 우리앞에 닥치게된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성장률을 3%대로 유지할 경우 실업률은 6%를 넘어서고 실업자수는 120만명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10월말 현재 실업자수가 45만1,000명이던 것을 감안할 때 내년에 70만∼80만명의 실업자가 새로 발생하는 셈이다. 실업자 1인당 평균 4인가족이라면 실업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인구는 280만∼320만명에 달한다. 선진국과 달리 사회복지시스템이 확보되지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대량실업의 충격은 상상하기 힘든 사회경제적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유승호 기자>유승호>
◎재정정책/내핍예산따라 국책사업·복지예산 축소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우리 예산(일반회계 전체예산)을 4조원, 세출(재정지출액)을 7조원가량 줄이는데 합의했다.
이에따라 정부는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수단을 완전 포기해야하고 내핍예산을 새로 짜야한다. 꼼짝없이 IMF가 요구하는 내핍경제를 받아들여야하고 각종 국책사업을 축소하거나 연기 또는 포기해야한다. 민간부문 뿐아니라 공공부문 모두 IMF의 지시서대로 최대한 깎고 자르고 줄여야해 30여년동안 지속됐던 고성장시대는 사실상 완전 마감하게된다.
당장 농어촌구조개선사업 교육투자사업 사회간접자본(SOC)확충에 필요한 예산은 물론 복지예산을 삭감하고 총액기준 3%를 인상키로 했던 공무원임금도 동결될 게 분명하다. 따라서 경부고속철도사업 등 대규모 SOC사업의 지연, 중단이 불가피해져 이에 크게 의존해왔던 건설부문에 엄청난 충격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IMF는 또 부가가치세율을 현행 10%에서 11%로 1%포인트 올리는 것을 비롯, 교통세 소비세 등의 인상을 요구했다. 부가세가 1%포인트 오르면 국민 세부담은 2조1,000억원이 늘어난다. 더욱이 IMF는 내년 물가상승률을 4%대로 유지하라고 권고하고 있으나 재정긴축에 따라 공공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크고 세금인상분의 물가전가, 통화긴축으로 인한 고금리현상, 환율급등에 따른 물가상승요인을 감안할 때 물가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렇게되면 국민들은 「저수익·고세금」의 고통에 물가고까지 감내해야 할 형편이다. 전형적인 저성장·고물가(스태그플레이션)경제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유승호 기자>유승호>
◎재계 파장/오너독단·선단식경영 재벌환부 대수술
재계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이 확정됨에 따라 구조적 변혁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IMF협의단은 구제금융지원조건으로 상당히 강도 높은 재벌개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IMF체제의 재계에 대한 요구사항은 그동안의 관행과 구조를 뒤집는다는 점에서 가히 혁명적이다. IMF측은 기업경영의 불투명성, 산업전반에 공급과잉에 따른 구조조정, 정리해고를 둘러싼 노사문제 등 기존의 틀전반에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IMF의 자금지원을 계기로 기업경영행태가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IMF는 기업경영의 불투명성에 이의를 제기했고 이를 통해 대기업의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 내부자거래관행, 과도한 차입경영 그리고 총수의 독단적인 경영방식을 문제삼고 있다. 재계를 그동안 지탱해온 선단식 경영체제에 대한 본격적인 문제제기가 이루어진 셈이다.
IMF는 특히 재벌의 경영행태를 강하게 비판하며 경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연결재무제표의 공표를 의무화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계열기업간의 내부거래와 상호지급보증 등에 대해서도 완전금지조치를 조속히 취하도록 권고했다. 이 모두 우리정부가 여러번 시도한 대재벌정책이지만 재계의 강력한 반발로 번번이 무산되고 말았다. 그런데 IMF가 구제금융의 지원조건으로 이같은 정책추진을 요구한 것이다. IMF의 요구조건이 수용될 경우 재계에 지각변동이 일 것으로 보인다.<이재열 기자>이재열>
◎산업 구조/중복투자 재검토·부실기업 조속정리
국제통화기금(IMF)은 국내 산업구조 개편과 관련, 구체적으로 특정산업이나 사안에 개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저성장이나 공급과잉의 해소, 금융산업개편을 요구한 권고만으로도 산업계는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받게됐다.
최대의 관심분야는 자동차업계의 신증설과 반도체 중복투자, 철강투자 등이다. 우선 8만대를 생산한 뒤 중장기적으로 5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삼성의 자동차부문 투자계획은 경우에 따라 전면 재조정할 수 밖에 없고 동부의 반도체와 현대의 제철사업도 당초 계획대로 추진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자동차부문의 경우 IMF의 쇼크는 비단 삼성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현대나 대우자동차의 해외투자도 제약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특히 인도네시아 폴란드 등 우리업계의 중복투자지역에 대한 전면 재검토도 필요할 전망이다.
기아는 사실 이번 격변과정에서 가장 큰 불안에 쌓여있다. IMF의 적극적인 공기업 민영화방침이 실행에 옮겨지면 산업은행 대출금의 출자전환을 통해 공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공기업의 민영화와 부실기업에 대한 정부의 간섭배제는 기존 부실대기업을 조속히 정리하는 결과를 몰고올 것 같다. 기아는 물론 진로 등 상당수 법정관리 기업 및 정부개입 기업들에 대해 IMF가 제3자의 인수를 추진토록 할 경우 국내 산업계에 미칠 파장은 크다.<이종재 기자>이종재>
◎업종 영향/내수업종 전례없는 불황·수출은 활기
국제통화기금(IMF)권고에 따른 저성장률은 국내 산업계에 적지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출주력업종의 경우 환율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이 살아나 활기를 띠겠지만 내수에 주력하고 있는 업체들은 환차손과 수요감퇴등으로 전례없는 불황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6∼7%대의 성장률을 3%내외로 낮출 경우 수출부문의 성장을 제외하면 내수부문의 성장은 「0%」 혹은 그 이하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통상산업부는 1일 IMF의 저성장 권고이후 국내 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 의류와 생활용품 기계 등 내수주력업종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원자재를 거의 대부분 수입하고 생산제품을 내수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정유업체와 인쇄용지를 생산하는 제지업체들은 환율부담과 판매부진 등 2중의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됐다. 또 일반철강제품과 기계 의류제품 생활용품 항공 중전기기 등 내수주력업종은 부분적으로 마이너스 성장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했다. 환율상승 등의 영향으로 비교적 활기를 띨 업종은 수출주력업종인 반도체와 조선 석유화학. 그러나 직물 자동차 가전 화학업종 등과 같이 내수와 수출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업종에서는 업체내에서도 부문별로 명암이 크게 교차할 것으로 예상됐다.
자동차의 경우 수출여건은 상당히 개선되지만 내수부문에서는 극심한 부진에 허덕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는 『자동차경기는 호황에 가장 늦고 불황에 가장 민감하다』며 『내년도 신차출시계획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조선업체들도 수주가 늘고 있지만 채산성이 맞지않아 수지에 큰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이종재 기자>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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