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뉴욕한인사회가 경제난에 처한 본국을 돕기 위해 펼치는 「달러 보내기」캠페인의 호소문은 『미워도 내 조국인데…』로 시작한다. 왜 미울까. 어쩌면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대외신인도 추락의 한 단초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한 교민을 만나 복합적인 심경을 들었다. 18년전에 이민와 회계사로 성공한 K씨의 말이다.『서울가면 어지러워요. 곳곳이 흥청망청 웬 돈은 그리 많은지. 최고급 호텔, 식당마다 사람들이 넘쳐나죠, 술집에 가면 수입 양주를 정말 물마시듯 해요. 이곳에서는 엄두도 못낼 일이에요. 언제부터인가 한국에 나가 미국에서 왔다 고 하면 연민의 눈 빛으로 바라 보더군요. 가진 재산 몽땅 긁어 모아 귀국(역이민)하더라도 집 한칸, 땅 한덩이 장만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겠죠. 한번은 동창들을 만나 연봉을 비교해 봤는데 내 쪽이 좀 높더라구요. 그런데 씀씀이는 제가 도저히 못따라 가겠습디다. 그렇다고 서울 물가가 싼 것도 아니던데.
이 곳에 와서도 꼭 티를 내요. 골프채는 최신유행인 일제 혼마 등 몇천달러짜리만 찾고 한동안 많이 가져가던 갤러웨이는 이제 거들떠도 안봐요. 여기 사람들은 100달러만 넘으면 손이 떨려 물건을 집지 못해요. 조기 유학이랍시고 온 애들도 마찬가지예요. 렌트비 비싼 맨해튼에 아파트 잡고 차부터 고를 궁리를 해요. 한국에서 드는 사교육비에 비하면 오히려 싼 값이라고 말들 하던데 그 돈은 달러 아닌가요? 그런데 이제 달러가 없다니 웃기지 않아요? 국가가 나서서 외국 금융기관에 손을 벌려도 땡전 한푼 못 얻는다니 기가 막히죠. 저 같은 사람도 신용 하나로 수십만달러는 융자받는데. 한국에 대한 신용평가가 바닥에 떨어진 것이 꼭 「개미와 베짱이」 우화를 연상케해요』
그러면서 K씨는 토를 달았다. 『이왕 외세(국제통화기금·IMF)의 간섭을 받게된 마당에 그들의 합리적인 사고도 수용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뉴욕>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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