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냉장고 무턱대고 대형선호/안쓰는 생활용품 평균 백96개『이제 소비생활의 거품을 걷어야 할 때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지원자금에 의존해야 할만큼 경제가 위기상태에 빠지면서 그동안의 무분별했던 소비행태에 대한 뼈아픈 자성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1일 발표한 「우리나라의 소비실태」 통계자료는 우리국민이 지금까지 얼마나 분수에 넘친 생활을 해왔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이 국민소득 1만달러를 기록한 84년의 1인당 소비재 수입액은 49달러인 반면 우리나라가 같은 소득에 이른 95년의 소비재 수입액은 1백65달러로 무려 3.4배에 달했다. 또 94년 4백ℓ이상의 대형냉장고 판매비중도 일본이 23.0%였던데 비해 우리는 절반이 넘는 55.9%였으며, 95년 승용차중 배기량 1천㏄이하의 경차판매비중은 일본의 22.6%에 비해 우리는 3.9%에 불과했다.
또 93년이후 연평균 의류소비지출 증가율은 16.2%인데 비해 같은 기간 외제옷을 사는데 쓴 돈은 매년 62.4%나 폭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밖에 에너지소비증가율, 물소비량 등도 소득수준이 우리보다 훨씬 높은 구미선진국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보원 관계자는 『우리 국민의 거품소비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정도』라며 『작금의 경제위기에 대해 그동안 분수를 모르고 흥청댄 국민들도 상당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 국민의 과소비병은 관세청이 95년부터 올 10월까지 최근 3년간 호화사치품에 대한 수입실태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이 기간에 술 담배 가구 모피의류 골프용품 등 10개 호화사치품 수입에 들인 돈은 무려 49억2천만달러. 품목별로는 승용차수입이 9억5천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이어 담배 8억8천만달러, 화장품 7억7천만달러, 신발 7억3천만달러, 술 5억8천만달러 등 이었다.
과소비병은 일부 상류층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울 YMCA 시민사회개발부가 최근 서울시내 1백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안쓰는 생활용품 재고조사」결과 필요하지 않은데도 구입해 버려두는 생활용품이 가구당 평균 1백96개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품목별로는 음반이 가구당 평균 12.6개로 가장 많고 이밖에 넥타이, 여성복 상의, 수저·찻잔세트, 구두 등도 가구당 4∼8개씩 사용되지 않은채 내버려지고 있다.
연세대 박영렬(경영) 교수는 『우선 정부와 기업이 구조조정 등을 통해 경제를 살리는데 앞장서야 하지만 국민들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일상생활에서부터 부풀려진 거품을 빼지 않으면 어떤 자구노력도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최윤필·이진동 기자>최윤필·이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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