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컴플렉스에 빠지지 말라/나한테 걸레는 남에게도 걸레다/스스로 세운 성역을 과감히 허물어라▲구조조정 컴플렉스에 빠지지말라 ▲나한테 걸레(별볼일없는 사업)는 남에게도 걸레다 ▲스스로 세운 성역을 허물어라.
국제통화기금(IMF)체제하에서 기업의 생존과제로 등장한 구조조정을 위한 3계명이다. 95년말부터 사실상 국내대기업중 가장 먼저 시작돼 지금은 다른 기업의 부러움까지 사고 있는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을 주도해온 박용만(42) 기조실장은 성공비결에 대해 문의를 받을때마다 이같이 간략하게 답한다. 그러나 이런 원칙을 실천하기까지는 수많은 난관과 시행착오가 있었다. 박실장이 최근 전경련 세미나에서 밝힌 두산그룹의 경영혁신과 구조조정 사례발표를 정리해본다.
◆착수배경=두산그룹은 93년부터 손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자금흐름(Cash Flow)이 급속히 악화하기 시작했다. 매년 불어난 적자는 95년에 1,499억원에 달했고 캐시플로는 마이너스 9,077억원까지 악화했다. 주류시장 개방 및 경쟁맥주의 선전 등이 직접적 원인이 됐다. 때마침 창업 100주년을 맞은 두산은 세계적 경영컨설팅사인 메켄지의 자문을 받아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구조조정의 첫째 원칙은 『캐시플로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판다』였다. 이에따라 영등포 OB공장 등 6개 부동산을 매각하고 음료사업 등 7개 사업을 정리했는가 하면 수익성이 뛰어나지만 두산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는 합작사업 지분(네슬러·3M·코닥)을 모두 팔아치웠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로 등장한 것이 구조조정 컴플렉스. 『얼만큼 사정이 어려우면 그러냐』는 외부의 시각과 『이 고비만 지나면 나아질 수 있는데…, 내부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외부적으론 사업확장·제2의 도약으로 포장을 해야 한다』는 내부 반발이 극심했다. 또 『그룹의 모태(OB맥주 영등포공장)를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성역론도 만만치 않았다.
◆성공비결=박실장은 우선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실제로 두산은 재계가 아직 불황을 실감하지 못하고 고성장의 타성에 젖어있던 95년말부터 구조조정에 착수, 자산매각 등을 쉽사리 할 수 있었다. 두산은 최근 코카콜라 사업권을 매각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1차 구조조정을 끝냈고 이를 통해 1조249억원의 자금을 확보, 요즘 벌어지고 있는 최악의 자금난을 피할 수 있었다.
최근 구조조정에 착수한 기업들이 자산매각과 감원에만 매달리고 있지만 두산은 이외에도 ▲전직원 연봉제실시 ▲조직개편 등 전방위적인 경영혁신을 추진한 것도 성공 비결중 하나. 두산은 인위적 감원이 아닌 조직개편을 통해 자연스럽게 1,000여명의 인력을 정리함으로써 조직의 슬림화도 이룰 수 있었다.
이밖에 ▲철저한 현실인식 ▲명확한 원칙과 과감한 접근 ▲최고경영층의 일관된 의지 ▲체계적 대내외 홍보를 통한 공감대 등도 성공비결로 제시됐다.<배정근 기자>배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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