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금사 20여곳·시은·부실기업 정리 등/‘살생부’ 급속확산 부양책 ‘백약이 무효’증시가 「국제통화기금(IMF)쇼크」를 먹었다. IMF가 긴급지원자금의 조건으로 엄청난 강도의 산업구조조정을 우리정부에 조만간 요구할 것이고 이에 따라 금융기관을 포함한 많은 상장기업들이 생사의 기로에 빠지면서 증시가 궤멸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서는 「IMF리스트」까지 돌고 있다. 지난 24일부터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을 대상으로 실사작업을 벌이고 있는 IMF실무협의단이 그간의 협의를 토대로 다음주께 「없애야 할 금융기관」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등 살생부를 한국정부에 통보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또 몇몇 부실기업의 처리를 권고하고 민간부문의 대형신규투자 등에도 제동을 걸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증시가 끝없는 붕락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IMF는 합병보다는 파산을 선호한다. 우리정부가 우량금융기관과 부실금융기관의 합병을 통해 금융기관의 파산을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IMF 때문에 결국 부실금융기관 상당수를 파산시킬 것이다. 합병을 하더라도 피합병금융기관의 자산과 부채만을 인수하고 모든 임직원은 실업자로 남겨줄 것』이라는 엄청난 내용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다음주에 통보할 내용은 20여개 종합금융사가 정리되고 10개만 남는다』 『태국과 인도네시아가 IMF자금지원을 받으면서 50개이상의 금융기관을 정리했다. 우리도 50개는 넘을 것이다. 시중은행도 포함될 것이다』는 등의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적어도 증권시장의 투자심리 차원에서는 돈을 공급하는 금융기관마저 사실상 부도상태로 간주되고 있다. 이 바람에 상장기업들은 더욱 흔들리고 있다. 기업의 돈줄을 쥐고 있는 금융권이 죽기 아니면 살기의 극단적인 상황이라면 일반 상장기업은 더 위험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IMF리스트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무차별 확산되며 주식시장 자체를 부도상태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재무구조가 취약한데다 업종이 사양산업이거나 환율급등에 따른 큰 환차손이 예상되는 기업들은 십중팔구 부도리스트에 올라있다.
재정경제원이 지난 26일 기관투자자들이 8조5,000억원어치의 증권을 살 수 있도록 매수기반을 확충해주는 것을 골자로 한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의 폭락세가 멈추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평상시 같으면 「화끈한」대책이었겠지만 지금과 같은 부도상황에선 「언발에 오줌누기」로 평가절하된 것이다. 현재 증시의 분위기가 「장기채」를 연호하며 무기명장기채 허용 등 금융실명제를 대폭 보완하거나 폐지하는 「특단의 조치」에 목에 메고 있는 것도 심리적 증시부도라는 상황분석과 직결되어 있다.
그러면 IMF리스트는 정말 나올까. 재경원은 부인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IMF가 금융개혁에 대해 권고를 하더라도 금융기관을 적시하는 등의 구체적인 요구를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최종결정은 정부가 하는 것』이라며 『영업정지를 받은 태국과 인도네시아의 은행은 기능과 규모면에서 우리나라의 은행과 다르다.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종금사에 더 가깝다. 은행을 파산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증권계와 금융계 관계자들은 『불확실성이 극대화돼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구조조정에 대한 프로그램이 빨리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김경철 기자>김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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