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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병 깊을수록 더 쓰디쓴 IMF처방전/멕시코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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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병 깊을수록 더 쓰디쓴 IMF처방전/멕시코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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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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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금융 지원 조건 GDP·물가목표치 등 거시경제목표 강제권고/수백만명 실업통해 ‘회생’『의사에게 처방전을 받듯 IMF가 시키는 대로 좋든 싫든 따라할 수 밖에 없었어요. 위기에 처한 상태에서는 자금을 주는 사람이 모든 조건을 설정하게 됩니다. 자금을 사용할 때마다 IMF의 규칙과 처방에 맞는지 검증을 받아야 하고 서류나 조건이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대출을 거부당할 수 있어요』

멕시코 경제위기 당시 경제정책 실무를 담당했던 한 멕시코 관리의 고백은 IMF의 규율이 얼마나 혹독한 것인가를 암시한다.

IMF는 멕시코 위기때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명확한 거시경제목표를 제시했다. 국내총생산(GDP)의 8%에 이르던 경상수지적자를 1년내 4%이내로 감축하고 GDP성장 목표를 2%에서 마이너스 2%로 낮출 것, 그리고 95년 1·4분기중 30%를 웃돌던 물가상승률을 95년 말까지 9%이하로 하향조정하라는 것이었다. 대량실업을 예고하는 조치들이었다.

IMF는 이 목표가 달성될 수 있도록 여러가지 세부 정책을 멕시코 정부에 강제했다. 600억달러에 이르던 중앙은행의 순국내자산을 100억달러로 줄여 본원 통화증가를 17%이내로 억제할 것, 그리고 부가가치세율을 10%에서 15%로 인상하고 대폭적인 재정지출 삭감을 통해 GDP대비 4.4%의 재정흑자달성을 유도하라는 것 등이었다. 이와함께 IMF는 철도 항만 공항 전력 방송 통신 등의 민영화를 통해 재정수지를 개선하고 외국은행에 대한 투자제한 철폐를 요구했다.

멕시코 정부는 이같은 IMF의 정책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었다. 거부할 경우 IMF자금이 들어올 수 없기 때문이었다.

멕시코 정부는 IMF의 권고에 따라 임금 및 물가억제 등 추가적인 고단위 자구노력을 단행했다. 최저임금 및 공공부문의 임금상승을 7%이내로 제한하고 공공부문 물가상승률을 10%대로 억제하는 등 재정긴축을 실시했다. 또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공기업의 민간이양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부실은행들의 은행간 합병을 유도했다.

이러한 경제구조조정은 멕시코 경제에 혹독한 시련과 희생을 요구했다. 2만여개의 기업이 경영난에 봉착했고 이중 상당수가 도산하는 바람에 수백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했다. 또 기업도산에 따라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94년 7.4%에서 95년 말에는 무려 18%로 급등했다. 멕시코 위기탈출에는 이런 희생이 뒤따랐다.<조재우 기자>

▷멕시코 경제일지◁

<94년 1월1일∼97년 11월>

94.1.1 나프타발효

1.4 남부 치아파스 농민폭동 발발

3.23 여당(제도혁명당) 대통령후보 콜로시오 유세도중 피살

4.14 OECD 가입

8.21 세디요 대통령 당선

12.1 세디요 대통령 취임

12.22 환율자유화, 페소폭락시작

12.29 세디요, 경제비상대책 발표

95.1.3 노사대표 인플레억제계획합의

미국, 멕시코에 180억달러 지원키로

1. 7 멕시코시티서 시민 3만명 경제위기 항의시위

1.10 정부 및 공공기관 고용동결 등 비상대책 발표

1.17 세디요, 선거법협상 합의 등 정치민주화 개혁선언

2.1 IMF 멕시코에 78억달러 지원 승인

2.2 클린턴, 멕시코에 475억달러 지원계획발표

2.12 지방선거에서 야당 압승

2.28 검찰, 여당대통령후보 암살 배후인물로 살리나스의 형 체포

정국불안으로 페소화 다시 급락

3.10 세디요, 초긴축정책 발표

5.1 멕시코시티서 노동자 10만명, 긴축정책 항의시위

6.2 세디요, 경제개발계획발표

10.5 미국에 지원금 상환 개시

12.10 검찰, 살리나스 일가 부정 수사착수.

96.6.19 대미 부채 50% 상환

11.28 세디요 대통령 한국 방문

97.1.14 세디요 미국지원금 조기상환완료 계획 발표

6.27 김영삼 대통령 멕시코 방문 투자협정추진 등에 합의

7.6 총선에서 여당패배-세디요의 정치개혁 성공으로 해석

◎IMF 체제이후 한국/경제수술후 고실업사회 ‘후유증’/체질개선 이후에도 경제성장률 저하/물가상승 몇년간 지속/실질국민소득이 현재의 70%선 될수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게 되는 향후 수년간 한국 경제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 것인가. 긴축정책과 기업의 감량경영 및 산업전반의 구조조정, 이로 인한 대량실업이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서민들은 실업과 소득감소, 물가불안으로 인해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주요 경제연구소에서 예상하는 연간 경제성장률은 4%. 국제수지는 호전되지만 환율은 1,000∼1,200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할 전망이다. 금리는 법정한도인 25%까지 치솟고 실업률은 5%를 넘어서게 된다. 실업자수는 지금보다 50만∼60만명이 늘어난 110만명 수준. 임금은 5% 상승에 그치지만 물가상승률은 7%를 육박해 서민가계를 압박할 것이다. 하나같이 우울한 얘기들이다.

재경원의 영향력은 줄고 금융기관의 설립과 정리가 자유로워져 지금까지 없었던 치열한 경쟁이 은행들을 짓누를 것이다. 금융기관간 대대적 인수·합병과 부도 바람이 불어닥쳐 많은 금융기관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

기업들도 살아남기에 안간힘을 다해야 할 처지다. 무자비한 부도행렬이 산업전반을 휩쓸게 되며 정부지원과 돈줄이 모두 끊겨 과거와 같이 정권에 기생하거나 국민정서에 호소해 버틴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게 된다. 은행대출은 더욱 엄격해져 돈꾸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고 경쟁력없는 대기업이나 힘없는 중소기업은 앉아서 도산할 수 밖에 없다.

또 자동차와 반도체, 조선, 철강 등 대규모 장치산업은 과잉중복투자 조정을 이유로 IMF의 강력한 견제를 받을 공산이 크다. 여기에는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미·일 등 선진국의 경제논리도 작용할 것이다. 국제기준에 따른 회계, 재무구조로의 변화는 서류 한장 작성에도 영향을 미쳐 기업경영구조에 혁신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정경유착이나 비자금 조성 등의 구태는 사라지게 된다.

정부조직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거대한 조직에 묻혀 기생해온 부문은 엄청난 감축압력을 받고 불필요한 규제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재경원을 비롯한 정부 관료의 파워도 예전같지 않을 것이다. IMF 평가단이 2, 3개월마다 요구조건 이행상황에 대한 평가를 통해 추가자금 지원여부와 액수를 결정할 것이므로 IMF의 요구는 정부기관 이상의 힘을 갖게 된다. 정부가 추진중인 국책사업에 대한 재평가작업으로 효과가 의심스런 국책사업은 중단되고 공기업 민영화가 빨라지며 공무원수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이슈는 실업문제. 구조조정후에도 상당기간 실업률은 크게 줄지 않아 선진국형의 고실업 사회로 진입할 것이다. 기업의 자생력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리해고제가 도입될 것이다.

이 가운데 서민들의 고통은 가히 참기힘든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다. 성장률 저하와 환율 및 물가상승으로 실질국민소득은 현재의 70%수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소비지출은 크게 줄고 실업으로 인한 범죄증가와 사회불안심리가 급속도로 확산된다.<배성규 기자>

◎인터뷰/세실리오 가르사 주한 멕시코 대사/재정긴축·외환안정 등 정부 일관된 정책시행/국민 이해·협조속 위기 2년만에 극복

94년 외환위기를 겪었던 멕시코는 한국의 경제위기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취재팀은 세실리오 가르사 주한 멕시코 대사를 만나 멕시코의 경제위기 극복과정과 한국의 과제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가르사대사는 95년 한국에 부임하기전 프랑스 튀니지 모로코 알제리 등지에서 경제참사관으로 일한 경제통이다.

-한국의 현재 경제상황은 94년 멕시코 경제위기에 비유되고 있다. 한국과 멕시코 경제위기의 유사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멕시코 경제위기는 94년 12월 대통령 선거 당시 시작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후 채 1년도 안된 시기였다. 경상수지 적자는 280억달러에 달했고 총외채는 1,000억달러에 육박했다. 외환투기가 극성을 부린데다 외환보유고가 모자라 단기외채를 막을 수 없었다. 선거에서 여당이 분열되는 등 정치적 불안도 한 몫했다. 전반적으로 현재의 한국상황과 유사한 점이 많았다. 차이라면 멕시코는 외환위기가 닥치기 전에 금융기관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었고 각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으로 개방이 상당부분 이뤄져 있었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으로 인한 연쇄도산위기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멕시코는 경제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가.

『외환투기를 막기 위해 당초 예상보다 두 배 가까운 5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신청, 외환시장을 안정시켰다. 국영기업체도 1,200여개에서 200개로 대폭 정리했다. 공공요금 인상과 세수 증대, 예산 축소 등 긴축정책을 실시했고 임금동결과 대규모 감원사태가 잇따랐다. 평가절하로 수출경쟁력이 살아나면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와 기업, 노조간 협의였다. 모든 정책은 이 협의과정을 통해 최종 결정되었다. 국민들이 고통을 잘 참아주었고 정부정책이 일관성을 유지한 것도 성공의 요인이다』

-멕시코는 2년이란 빠른 시간에 구조조정을 이뤄냈다. 한국경제의 구조조정은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할 것인가.

『썩은 이를 빨리 빼는 것이 좋은가, 천천히 빼는 것이 좋은가. 나라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멕시코는 신속한 구조조정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능동적으로 변화의 계기를 만드는 것이 사태를 지연시키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

-멕시코는 지금 경제 위기를 완전히 벗어났는가.

『멕시코 경제가 위기를 완전히 탈출한 것은 아니다. 아직 대량 실업이 존재하고 인플레이션도 연 15%를 넘는다. 외채문제도 있고 신규투자 부족으로 인한 사회간접자본 부족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실업으로 인한 범죄와 사회적 불만도 높다. 그러나 성장률이 95년 -6%에서 96년 5%로 반전됐고 올해는 7∼8% 고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실업률과 물가상승률도 낮아지고 외국의 직접투자도 늘고 있다. 일관된 정책으로 밀고 나간다면 미래 전망은 밝다』

-한국이 위기극복을 위해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뭐라고 보나.

『무엇보다 현재의 위기상황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이해시키고 협조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멕시코와 같은 노·사·정 협의를 가지는 것도 권장하고 싶다. 한국 기업들이 과도한 확장위주 경영을 지양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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