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울의 12개 대학이 참여한 「대학입학 논술고사에 관한 공동세미나」에서 입학관련처장들은 공동발표문을 발표하고 논술고사에 관한 공동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는 논술고사의 기본개념을 대학교육을 이수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글읽기 능력(내용파악능력 요약개괄능력 등)과 글쓰기 능력(표현력 구성조직능력 근거설정능력 창의력 등)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정립하고 가급적 초중등학교 교과과정에 관련된 한국 및 동서고금의 고전을 바탕으로 출제하기로 했다.94학년도 입시부터 국어시험의 일부로 시작한 논술고사는 기존의 주입·암기식 교육의 문제점인 논리적 사고와 창의력의 부족을 채워줄 수 있는 대안으로 많은 대학의 공감을 받아왔다. 그러나 일선 교육현장에서 논술고사의 근본취지를 이해하고 방향을 설정하는데 혼란을 겪고 부작용까지 발생해 각 대학들이 공동으로 논술고사의 방향과 목적을 분명히 제시할 필요를 느끼게 된 것이다.
그동안 논술문제의 제재가 너무 시사성있는 내용에 치중한 결과 신문이나 잡지를 뒤적이며 요령터득을 통해 짧은 시간 안에 논술을 대비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분위기가 조성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또 대학입시는 중등학교의 정상적인 교육과정의 진행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당위성에 비추어 학생들이 교과과정을 통하여 꼭 읽어야 할 좋은 책 가운데서 논술의 제재를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교의 학습방법도 좋은 책 읽기를 기본으로 하는 탐구·토론식 수업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이에 각 대학은 중등학교의 교육정상화를 위해 이미 지난 학기부터 모의고사를 통해 고전중심의 논술방향을 제시했고 풍부한 독서를 권장해 왔다.
그런데 이번 수능시험에서 고득점자의 증가로 대학이 논술고사에서 변별력을 강화하리라는 그릇된 전제가 알려져 한달여 남은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노력하여 좋은 점수를 받겠다는 생각이 수험생에게 팽배해 있어 보인다. 더욱이 집중식논술교육이나 고전요약본 등의 준비는 안타까움마저 느끼게 한다. 논술고사는 단지 형식적인 틀 안에서 글을 만드는 테크닉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요구하는 것은 논술교육이 아니라 논술식 교육이며 평소에 꾸준히 독서를 열심히 해온 학생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글쓰기에 앞서 읽기능력을 강조하는 것이다. 지금은 한권의 좋은 책이라도 차분히 읽어가며 오늘의 문제나 자신의 입장과 관련시켜 새롭게 해석도 해보며 논리적으로 설득력있게 글을 써보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 본다.
논술은 그 사람의 개성과 평소의 교양 등을 포함한 지혜를 측정하는 것인데 지식을 요구하는 일반시험 공부하듯이 논술고사를 준비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주어진 상황이나 사물에 대하여 여러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많이 가지며 주위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논리적 토론식 대화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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