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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가 부도를 부른다/잇단 사태의 사회경제적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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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가 부도를 부른다/잇단 사태의 사회경제적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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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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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들 불실과 맞물려 악순환/저성장·대량실업·신인도 추락 초래대형 부도는 경제전반에 깊은 주름살을 남긴다. 대기업의 잇따른 부도는 「금융기관의 대출기피→신용불안→자금흐름경색→부도증가→금융시장 충격→부도 도미노」의 악순환을 낳는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실업이 발생하고 이에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기업들의 채산성은 떨어지고 투자도 위축돼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린다. 부도는 또다른 부도를 부른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아그룹까지 대기업의 연쇄 부도사태로 은행과 종합금융사의 부실채권은 올해 우리나라 예산의 45% 수준인 32조원대에 달했다. 누적된 부실채권으로 신용등급까지 하향조정된 은행과 종금은 5대 그룹 외에는 대출을 꺼려 기업의 자금난을 부채질 하고, 특히 은행은 부실한 종금사에 대한 콜자금 지원도 기피해 금융기관이 금융기관을 죽이는 양상이다. 기업들은 부도사태가 이어질 경우 자금압박에 따라 금리가 상승, 금융비용부담이 급증하고 주가하락으로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마저 어려워지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부도는 경제전반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다. 기아사태 직후 LG경제연구원이 낸 자료에 따르면 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가 문을 닫게 될 경우 국민경제 전체의 매출손실은 지난해 경상 국내총생산(GDP)의 3.5%에 해당하는 13조9천억원으로 추산됐다. 또 한해동안 생산이 중단될 경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3.6%포인트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두 회사의 매출총액이 8조3천억원이지만 전후방 연방효과가 커 철강 석유화학 전기·전자 산업의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만 이런데 올들어 부도가 났거나 부도유예·화의에 들어간 한보 삼미 진로 대농 한신공영 해태 쌍방울 태일정밀 등의 직·간접 매출감소분을 감안할 경우 부도의 파장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형 부도는 대량 실업으로 이어진다. 기아그룹의 경우 이미 9천명가량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도기업의 근로자만 일자리를 잃는 게 아니다. 기업들은 신규채용마저 줄인다. 정부 당국자는 『매년 새로 공급되는 노동인력이 60만명정도이고 실업을 발생시키지 않고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수준을 나타내는 잠재성장률이 6∼6.5%』라고 전제, 『부도 등으로 내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떨어질 경우 그 차이가 1%포인트이면 신규노동인력중 10만명이 실업자가 된다』고 말했다.

잇따른 부도는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린다.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와 S&P는 기아사태를 전후로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해외차입시 가산금리가 올라간다. 현재 총외채가 1천2백억달러에 달하는 만큼 가산금리가 1% 올라갈 때마다 이자부담만 1조2천억원가량이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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