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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에 짓밟힌 독립선포 22돌/동티모르 ‘폭풍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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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에 짓밟힌 독립선포 22돌/동티모르 ‘폭풍전야’

입력
1997.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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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은 동티모르가 22년전 포르투갈로부터 독립을 선포한 날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9일 뒤인 75년 12월7일 인도네시아의 무력침공으로 독립국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6만여명의 티모르인이 숨졌다.이 비극의 역사 22주년을 앞두고 동티모르에 폭풍 전야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14일에는 학생시위대와 보안군이 충돌, 수명이 부상했다. 주동자 검거선풍이 몰아치며 「독립운동의 산실」 동티모르대는 사실상 휴교 상태다. 그러나 이 정도쯤은 해마다 이맘때면 되풀이되는 광경이다.

올해도 「연례행사」로 지나칠 뻔했던 동티모르 사태에 새삼 세계가 주목하게 된 것은 최근 인도네시아군의 만행을 담은 사진 10여장이 공개된 때문. 호주에 본부를 둔 동티모르 국제지원센터(ETISC)가 공개한 사진들에는 티모르여성들을 성폭행한 후 처참히 살해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그동안 많은 인권단체들이 보안군의 인권유린 참상을 고발했지만 사진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진들은 군인들이 티모르인들을 겁주기 위해 직접 찍어 판 것으로 밝혀져 더욱 충격적이다. 사건의 정확한 일시·장소, 피해자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ETISC는 피해자들이 지난해 12월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벨로 주교의 귀국 환영행사에 참석했다 실종된 여성들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진이 공개된 이후 전세계적 인권단체들의 항의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당국은 『조작된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동티모르 주둔군 사령관은 28일 주도 딜리의 주둔군 지휘관을 새로 임명하면서 『안정을 해치는 모든 세력에 단호히 대처하라』고 명령, 200여명이 숨진 91년 11월의 「산타크루스 대학살」의 악몽이 재연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아시아와 호주 대륙을 잇는 지정학적 조건에 석유 등 풍부한 천연자원 때문에 끊임없이 외세에 짓밟혀온 동티모르인. 그들은 22년간 20여만명이 목숨을 잃는 처절한 투쟁을 벌여왔지만 「인도네시아의 영유권 불인정」을 되뇌면서도 적극적 개입을 꺼리는 국제사회의 외으로 아직 독립은 요원하기만 하다.<이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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