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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댐 건설 수몰위기의 ‘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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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댐 건설 수몰위기의 ‘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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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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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굉음’ 100리 절경 벌써 신음/“자연석·골재 캐내자” 요란한 굴삭기 기계음/“생태계 보고 없애다니…” 모래톱마다 항의 돌탑「남한 최고의 산은 설악이요, 강은 동강이라」. 강원 정선군 조양강과 남동천이 만나 시작되는 동강, 영월군과 충북 단양군을 지나 남한강까지 이어져 있다. 쏟아질듯 가파른 절벽사이로 굽이치는 물길 100리는 천혜의 절경이다. 그러나 동강은 2001년 영월군 거운리에 영월댐이 들어서면 백룡동굴(천연기념물 260호) 등 수십개의 석회암 동굴, 고인돌이 즐비한 선사유적지 등과 영원히 물에 잠긴다.

아름다운 물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가수리. 절벽 위에 솟은 수령 500년이 넘는 느티나무가 동강의 시작임을 알렸다. 한쪽이 깎아지른 절벽이면 건너편은 어김없이 자갈밭과 모래톱이다. 완만히 흐르다 180도로 꺾이고, 편안하다 휘몰아치기를 10여차례, 두세채의 흙집이 자리한 「인적」이 나타났다. 집 밖에는 얕은 강을 건널때 신었을 듯한 장화와 비옷들이 걸려있었지만 뽀얀 먼지의 두께는 오랫동안 주인이 없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키 큰 옥수수대와 갈대 숲을 옆으로 하고 보트를 타고 내려오기를 2시간 남짓, 물살에 깎인 기묘한 바위더미가 강 가운데 나타났다. 물도 쉬고 뗏목꾼도 쉬어갔다는 「어라연」이다. 머리를 땋은듯 바위와 백사장을 사이에 두고 두갈래로 흐르는 어라연에는 노니는 물고기들이 강위로 솟아오른 듯 선명하다. 모래톱에는 저마다 소망을 담은 돌들이 탑으로 서 있다. 충북 제천시에서 남편과 함께 왔다는 김정옥(34·주부)씨는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댐건설을 재고해 달라』며 돌하나를 주워 탑위에 얹었다.

어라연에서 걸어서 20여분 거리가 댐이 건설되는 지점이다. 옛 사람들도 댐건설을 예견이나 한 듯 지명이 만지다. 갈수기인데도 수심이 3∼5m나 됐다.

주민들은 댐건설에 반대하면 토지수용비와 이주보상비에 영향을 받을까봐 이름을 밝히기조차 거절했다. 한 주민은 『고동만 주워도 하루에 6만∼7만원은 거뜬히 벌 수 있고, 밤새 그물을 쳐두면 어름치 꺾지 등의 물고기가 한가마니 넘게 잡힌다』고 말했다. 그도 조만간 이곳을 떠나야 한다. 생활의 밑천이었던 물고기들이 동강과 함께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동강의 마지막 모습을 비디오에 담고 있던 정현석(31·하이텔비디오창작동우회 회장)씨는 『물을 자르면 그대로 수족관이 되고, 산을 가르면 그 자체가 식물원』이라고 동강을 설명했다. 그는 『세계적 희귀조인 호사비오리, 천연기념물 수달, 어름치와 원앙 등이 공존하는 이 곳은 전국에서 가장 완벽하게 자연생태계가 보존된 곳』이라며 수몰을 아쉬워했다.

동장군이 오기전인 19일 수장되기 전에 자연석과 골재를 조금이라도 많이 채취하려는 인부들의 부산함으로 벌써 댐공사가 시작된 듯했다. 포크레인과 트럭의 기계음이 동강의 바람소리마저 지우고 있었다.<영월=정덕상 기자>

◎영월댐 추진현황

영월댐 건설은 내년 수몰지역 주민들에 대한 보상과 함께 본격적으로 진전될 전망이다. 90년 9월 남한강유역의 대홍수로 4,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직후 수자원공사는 영월댐 건설에 대한 타당성조사에 들어갔다. 지난해에는 주민설명회, 건설사업 기본 및 실시설계를 마쳤으며 올 9월 댐예정지로 고시했다.

홍수조절 용수공급 발전 등 다목적댐으로 건설되는 영월댐은 높이 98m 길이 325m, 총저수용량 6억9,800만톤으로 국내 6번째 규모의 댐이다. 수자원공사는 영월댐이 건설되면 매년 3억6,700만톤의 용수를 수도권에 공급하고 2억톤의 홍수조절 기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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